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어느날 필자는 여의도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환경운동 지도자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의 소개였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정치와 선거의 문제로 이어졌고, 필자는 그에게 서울시정과 정치개혁을 위한 출마를 권유했다. 그 당시 그는 출마를 생각하면서도 시민운동가로서의 명예가 정치를 통해 훼손되는 것을 걱정했다. 그리고 9년이 흐른 지금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그는 죽음을 선택했다.박원순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가 이 나라 선출직 '넘버2'의 자리인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민중가수로 잘 알려진 가수 안치환씨의 신곡이 화제다. 지난 7일 공개한 신곡 '아이러니'가 진보진영의 위선을 정면비판했기 때문이다. 양심적인 진보 인사들은 부끄러워하고, 보수 진영은 '그것 보라'는 듯 환호작약하는 분위기이다."일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중략) 꺼져라! 기회주의자여."안치환의 비판은 신랄하고 아프다. 1970년대 독재와 부패를 풍자했던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이 떠오른다. 김지하는 당시 지도층인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의 부패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을 맞이한 오늘(7월 1일) 홍콩은 새로운 날을 열었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의 만장일치 통과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서명을 거쳐 지난달 30일 밤 11시(현지 시간)부터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홍콩 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9년 시행된 마카오의 국가보안법이 최고 형량을 30년으로 규정한 것에 비교하면 처벌규정이 훨씬 강화된 것이
'부러진 화살'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정지영 감독 안성기 주연의 이 영화는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사에게 석궁을 쏜 명문대 교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2012년 1월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이 나라의 사법 정의와 공정의 문제를 이슈화했다.2020년 6월 이 나라 청년들은 '부러진 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 대한 2030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들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한국 정치가 비열해졌다. 코로나19와 남북 갈등, 경제 위기, 부동산 폭등, 청년 실업 등 산적한 민생은 외면하고 권력놀음에 취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다.코로나19 사태는 좀처럼 안정화되지 않고 있다. 마치 '두더쥐 게임' 하듯이 한쪽을 잡으면 다른 한쪽이 터진다. 이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더욱 가혹하다. 무료급식에 기대어 하루 한끼가 전부였던 빈곤층은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비좁은 단칸방을 벗어나 소일하던 경로당과 복지관도 문을 닫았다. 이 무더운 삼복더위를
미국 정치판이 참 찌질하게 돌아간다. 대선 정국에 미국과 세계를 위한 정책과 토론, 비전은 사라지고, 낯 뜨거운 폭로전과 이전투구만 난무한다.정치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은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볼턴은 23일(현지 시간) 공식 출간되는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을 통해 트럼프를 향해 '총기난사' 수준의 공격을 했다. 백악관 내부의 내밀한 치부를 드러낸 것은 물론 북미회담 등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의 외교비사도 까발렸다. 전직 대통령 참모로서의 금도를 벗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미국과 한국의 태도에 실망한 북한 최고지도부의 분노는 결국 남북대화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예고한 대로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가 같은 해 9월 14일 설치한 상설 대화기구이다. 비록 기대한 만큼의 기능을 하지는 못했지만 남북대화에 대한 남북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설이었다. 북한이 이를 폐쇄하지 않고 아예 폭파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사망이 미국의 인종차별주의를 소환하고 있다. 인종차별뿐이 아니다. 근원적인 문제로 건국 이전의 원주민에 대한 침략과 약탈과 살인과 전염병의 살포와 강제노역, 그리고 아프리카 원주민의 사냥과 노예화, 노예선, 노예무역, 플랜테이션 농장 경영과 노예 착취 등등의 인류사에 남을 죄악들을 불러낸다. 주기율표의 같은 주기의 원소처럼 줄줄이 딸려온다. ‘미국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도 자연 소환될 수밖에 없다. 백인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미국 곳곳의 시위대는 미국 곳곳에서 콜럼버스의 동상
최근 일부 과격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촉발된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급기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하는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최악의 국면인 것은 물론 2000년 6.15 선언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이번 상황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북한 최고 지도부가 나서 직접 군사행동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선권 외무상, 장금철 노동당
기원전 202년 12월 해하(안후이성 링비현)에서 항우와 유방이 마지막 결전을 위해 만났다. 항우는 10만 병력을 이끌고, 유방의 30만 대군과 마주했다. 아끼던 장수 범증마저 떠나고 한신에게 포위당한 항우에게 어디선가 초나라 노래가 들려왔다. 오랜 전투에 지친 초나라 병사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애절한 곡조에 항우의 마음도 흔들렸다. 투항한 초나라 군사들에게 초나라 노래를 부르게 해서 항우 진영의 사기를 꺾으려던 유방의 계책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항우는 초나라를 빼앗긴 것으로 생각해 마지막 주연을 베푼 뒤 오강으로 가서 자결한다.
온 국민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감염의 공포와 경제난의 이중고에 국민은 신음하고 있다.그런데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한국에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에 힘을 합쳐야 할 국민을 분열시키고 마음 상하게 하는 변종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진영 패거리 정치 바이러스'인데, 치료약이 전혀 없고 무증상 집단 감염이 특징이다.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측근 변호사가 공개한 옥중편지를 통해 "기존의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
'촛불혁명의 완수냐?' '수구세력의 부활이냐?' 21세기 한국 정치의 명운을 건 총선 대전이 불과 50여일 남짓으로 다가왔다. 모든 선거가 다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는 민주개혁의 완수 여부와 남북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이번 선거에 보수 야당이 승리한다면 추미애 법무장관 탄핵과 대통령 탄핵 시도가 이어지면서 정국은 요동을 치고 각종 개혁 조치들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남북관계는 더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태영호와 같은 인물이 당선된다면 남북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한반도의 평
신문에 칼럼을 쓰는 사람들 중에는 칼럼을 자기 마음대로 작성하고 출고해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때로는 선정적이고 선동적이고, 때로는 매혹적이다. “원래 칼럼이 그런 거 아닌가요?”, “칼럼은 개인의 주장인데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있나요?” 신문칼럼의 구성요건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은 나는 1차논문발표 때 외부심사위원들의 이 같은 질문에 이론적 배경을 보완하여 다음 발표 때 설득해야 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 자기만의 칼럼이 많은 이유는 일반기사는 객관성의 잣대로 쓰지만 칼럼은 주관성의 잣대로 쓴다고
시간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느냐, 라는 과학철학적 물음에 대한 강론에 어떤 청년이 멋진 댓글을 달았다."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내가 여자들에게 시간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다들 시간이 없다고 답하네요."우리는 늘 시간 속에 있고 시간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답할 수 없다. 근본적인 개념일수록 설명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시간이 공간과 함께 빅뱅으로 생겨났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의 능력으로는 시간이 있기 전과 시간이 소멸한 이후를 생각할 수 없기에 시간은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하다고 인식할 수
최근 우리나라를 휩쓴 ‘조국 태풍’ 와중에 ‘위선자’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였다. ‘위선자’는 상대방을 더 이상 배려할 필요가 없을 때, 서로의 관계가 끝장나도 상관없다고 할 상황에서나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표현이 난무하는 극한 대립의 시국이 걱정스러워서 위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소극적 위선자도 있다보통, ‘위선자’는 겉으로는 깨끗한 척, 정의로운 척 하면서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이처럼 적극적이지 않은 위선자도 있다. 필자가 한번은 부동산 투기에 관한 대중 강연에서 이런 예를 든 적이
Ⅰ. ‘4.3’이여, 뒤엉킨 기억이여, 잃어버린 비원(悲願)이여① 한시 2편과 4.3 연구 / 4.3의 진실은 어디에? / 발포사건과 총파업② 4.3 봉기와 미국의 이해관심 / 원죄 아닌 원죄Ⅱ. 항쟁이여, 비극 너머의 자랑됨이여, 제 이름 찾아냄이여③ 사회주의와 좌우대립 문제 / 4.3의 의미 규정들 / 땅의 독립만큼 인식도④ 정명에 대하여 / 백비(白碑)에 대하여 / ‘4.3’을 떠나는 재정명(再定名)으로 9. 정명에 대하여이만큼 왔으니 이제는 정명의 문제에 대해 우견을 좀 내봐도 되지 않겠는가 싶다.‘정명’(正名)이란 그 고전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야외활동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봄도 좋기는 하지만 황사 때문에 아무래도 가을이 나들이에는 제일 좋은 시기인 듯 하다.이 나라 백성은 이 좋은 계절을 누릴 복도 없나 보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의 가을은 실종됐다. 개천절도 사라지고, 한글날도 사라졌다. 단군과 세종대왕이 혀를 찰 일이다. 1년 동안 준비한 한글날 행사가 광화문 집회로 인해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고 한다. 각 지역의 축제에도 사람들이 몰리지 않고 있다. 주말이면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광화문으로 서초역으로 몰려드니 지
지난 7월 1일 기준으로 대한민국 총인구수는 5,170만 9천 명이다. 이중 수도권 인구는 전국의 49.98%로 지방에 사는 사람보다 겨우 2만 1천 명이 적다. 매월 수도권 인구 유입이 1만 명 정도니까 지금쯤은 수도권 인구수가 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50%를 넘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인구 수 역전 현상이 가속되는 것이다.수도권으로 인구와 경제가 집중됨으로서 발생하는 수도권 교통 혼잡, 미세먼지 공해, 집값상승, 비수도권의 인구소멸 등의 문제는 연간 수십조 원의 국가 부담으로 이어져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과정에서 유례없는 커다란 논란이 불거졌다. 아베 정권의 몰염치한 도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덮을 정도로 파장이 커서 ‘조국 태풍’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소모성 정쟁이 태풍 위력의 9할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후보자 자녀의 대학과 대학원 입학 과정이 부각되면서 입시 공정성 문제가 큰 관심을 모은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나서서 입시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근본적인 불평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불평등은 왜 생길까? 상식적으로는, 당사자의 노력과 능력과 운의 차이에 의해 생긴다. 이 중에서
나라가 돌아가는 꼴이 심상치 않다.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났을 때 “이게 나라냐!“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도 똑같은 한탄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촛불이 어둠의 정국을 밝혀줄 당시 국민들은 헌법 제1조1항을 들먹이며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고 외쳐댔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는 ‘조국 사태’로 일거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검찰 칼날이 온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는 ‘검찰 공화국’이 돼가고 있다는 섣부른 판단으로 치환되고 있어서다.조국 법무장관과 부인이 공모했는지 여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