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후 치러진 첫 주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라가고, 내년 중간선거의 전망은 어둡다. 재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지난 2일 치러진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가 '블루웨이브(민주당 바람)'를 잠재우고 '바이든의 친구'로 불린 테리 매콜리프 전 주지사에게 승리했다. 버지니아주는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가까운 민주당의 전통 표밭인데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10%포인트 차이로 이겼던 곳이다. 민주당 텃밭에서 치러진 '바이든-트럼프 대리전'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패배한 것이다.

또한 바이든에 대한 각종 여론지표도 부정적이다. 지난 2일 발표된 공영라디오 NPR과 공영방송 PBS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44%가 바이든의 재선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는 49%로 긍정평가 44% 보다 높았다. 반면 얼마전 공개된 하버드대 미국정치학센터와 해리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과 무당파 유권자의 47%가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대선 후 1년 만에 바이든과 트럼프의 처지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의 위기는 내정과 외치의 여러 요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취임 후에도 코로나19 상황과 경제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미중 갈등의 장기화에 따른 문제로 지적된다.

비이든 집권후 미중 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중은 무역갈등을 넘어서 대만 문제 등에서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공급 부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요소수 공급난도 따지고 보면 미중 갈등의 결과물이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호주가 미국 편에 서자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접근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치명적 위험이 되고 있다. 미중 수교 이후 국제 규범으로 자리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바이든 정부가 흔들면서 양안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대만해협 전쟁과 평화 스위치는 대륙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설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미국을 비난했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미중의 협력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전(全) 지구적인 문제 역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핵심 관건이다.

미중 협력의 전제는 상호 핵심이익의 존중이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한 미중간 진정한 협력은 불가능하다. 또한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고통은 세계 시민의 몫이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협력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는 길이고, 세계가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첫 걸음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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