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지난 5일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선출하면서 여야 대선 진용이 확정됐다. 실용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심판을 내세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간 운명의 '대결전(大決戰)'이 시작된 것이다. 안철수ㆍ심상정ㆍ김동연 등이 제 3지대 후보로 나섰지만 결국 이재명ㆍ윤석열 다툼의 승자가 청와대의 주인이 될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대선 무대 등판은 몇가지 측면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친문(親文)을 포함한 범여권의 결속이다. 윤석열의 등장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응징'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윤석열 후보 집권시 친문(親文)은 다시 '멸문지화(滅門之禍)'의 정치적 위기에 처할 수 있고,  다시 '폐족(廢族)'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친문(親文)으로서는 사활을 걸고 윤석열 후보의 집권을 저지해야 하며, 이는 결국 이재명 후보 지원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이낙연 전 총리 세력 등의 이재명 후보 흔들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둘째, 2030 세대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당심의 선택을 받았지만 국민여론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윤 후보가 당원투표에서는 큰 승리를 거뒀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 37.94%를 얻어 홍준표 의원(48.21%)에게 10.27%포인트 뒤진 것은 그의 확장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윤 후보의 등판 이후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2030 세대가 대거 이탈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득이 될 것이다.

셋째, 격렬한 진영 대결로 중도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중도층이 실용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은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점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넘는 데도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20%대에 머무는 것은 중도층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후보의 실용주의와 공감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요소수 관련 긴급회의를 열어 특사단 파견 등 대책을 논의했다. 정쟁 보다 민생을 선택하는 실용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선점한 셈이다.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긍정적 측면을 소환한 것도 실용주의자의 진면목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5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과의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이를 '실용 대(對) 비실용'의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의 담론은 '실용'이라는 것이 이 후보의 생각이며, 이는 중도층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이 후보가 대선 구도를 '공감 대(對) 비공감'으로 몰고가는 것도 중도층 공략을 위한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공립 지적장애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방문했다. 소년공 시절 사고로 왼팔을 다쳐 장애 6급 판정을 받은 이 후보가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얘기한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을 보여준 것이다. '전두환 옹호 발언'과 '반려견 토리 사과 사진'으로 공감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윤석열 후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실용주의와 공감은 이재명 후보의 강력한 무기이다. 고난의 삶에서 얻은 지혜이자, 시장과 도지사 경험을 통해 체득한 리더십이다. 그가 선대위에 실용외교 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실용이 이 시대의 진정한 담론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 임원진과 기자들이 이 후보를 면담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것도 미국이 그의 실용주의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용주의와 공감으로 무장한 이 후보가 영남ㆍ2030 세대ㆍ중도 등 3대 난관을 극복할 지 주목된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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