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2.7km, 이용자 하루 10명꼴 그쳐...셔틀버스·센터 사이트·표지판도 없어
장애인단체 "접근성 떨어져...장애인 고려했나" / 대구시 "내년 3월 셔틀버스 운행 예정"

▲ 대구 수성구 대구장애인국민체육센터(2019.11.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 대구 수성구 대구장애인국민체육센터(2019.11.4)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세금 100억을 들인 대구장애인국민체육센터가 교통도 안내도 부실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수성구 대흥동에 장애인 생활체육시설, 대구장애인국민체육센터를 지난 8월 27일 개관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체육시설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시비 각각 50억원 등 모두 100억원의 예산을 들였다. 지상 4층, 연면적 4,265㎡ 규모로 다목적체육관과 체력단련실 등 시설이 들어섰다. 대구광역시장애인체육회(회장 권영진)가 대구시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는 대구 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으로부터 2.7km, 대흥동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부터 925m 떨어진 데 지어져 교통 약자인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매우 불편하다. 또 장애인 특장버스(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 셔틀버스)도 따로 운행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센터 사이트도 없고, 센터 인근에도 안내판이 없어 장애인들이 찾아가기 힘들다.

접근성이 빈약한 탓에 지난 석 달간 운영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센터에 따르면, 9월 센터 방문 장애인은 690여명, 10월 320여명이다. 하루 평균 16명에 불과하다. 지난 한 달은 하루 10명에 그쳤다. 대구지역에 사는 장애인은 지난해 12월 기준 12만3,070명이다. 전국 장애인국민체육센터의 한 달 평균 이용객은 인천 1,000여명, 충주 600여명, 사천 600여명, 광주 500여명으로 전국 평균 월 670여명이다. 이와 비교하면 대구센터의 이용자 수는 크게 적은 편이다.
 
   
▲ 대구장애인국민체육센터로 향하는 오르막길. 표지판에는 체육센터를 안내하지 않고 있다(2019.11.4.대구 수성구 대흥동)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 체육센터로 향하는 길. 인도가 끊겨 차도로 가야 한다(2019.11.4.대구 수성구 대흥동)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실제로 지난 4일 찾은 체육센터는 찾아가기 불편했다. 센터 사이트가 없어 길찾기 애플리케이션으로 길을 찾아야 했고,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도 센터까지 한참을 걸어야 했다. 가는 길도 경사진 오르막길이고, 인도는 여러 번 끊겨 차도로도 위험한 발걸음을 해야 했다. 센터까지 비장애인 걸음으로 13분이 걸렸고, 그동안 센터 안내 표지판은 없었다.

조정연습을 하고 있던 중증 시각장애인 김모(47)씨는 '나드리콜(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을 이용해 센터를 찾는다. 김씨는 "체육센터는 장애인을 고려해 지어져 이용하는데 불편하지 않지만 센터까지 오는 게 불편하다. 지하철을 타고 대공원역까진 올 수 있어도 지하철에서 센터까지 혼자 힘으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체력단련실을 이용하던 정모(58.중증 뇌병변장애)씨는 "주변에 이곳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시설은 좋은데 쓰는 사람이 많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정씨는 활동보조인이 센터까지 데려다준다.
 
   
▲ 지체장애인 A씨가 대구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베드민턴을 치고 있다(2019.11.4.대구 수성구 대구장애인국민체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이용자들의 불편이 이어지는데도 대구시와 대구장애인체육회는 다음해 3월부터 2억5,000만원(시비 1억2,500만, 대구장애인체육회 1억2,500만)을 들여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책국장은 "대중교통과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도 시설을 건립할 때 셔틀버스 등 이동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재활센터 팀장도 "위치를 선정할 때 실제 이용자인 장애인들을 고려했는지 의문"이라며 "셔틀버스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유정 대구시 체육진흥과 주무관은 "2015년 정책자문위원회와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서 결정한 위치"라며 "센터 근처에 대구 스타디움과 장애인 론볼 경기장이 있어 집적이익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셔틀버스를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내년 3월부터 운행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최우영 대구장애인국민체육센터 대리는 "센터를 운영하면서 센터 사이트 제작 방향을 잡고 있었다. 지금 사이트를 제작하고 있고 이번 달 말까지 사이트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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