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빨리 취업에 내몰겠단 경제 논리"…'만5세 취학' 엄마들 뿔났다[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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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빨리 취업에 내몰겠단 경제 논리"…'만5세 취학' 엄마들 뿔났다[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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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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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만 5세' 초등입학 발표에 교육계·부모 반발↑
"아이 발달 과정상 초등교육 소화할 단계 안돼"
"아이만 혼란 겪을 것…만 5세부터 경쟁 내몰려"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40여개 교육 관련 단체의 모임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학제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40여개 교육 관련 단체의 모임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학제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저희 아이가 지금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진짜 느린 애들은 대소변 실수하는 일들도 있어요. 그런데 학교는 유치원이랑 다르잖아요. 학교는 교육이 주 목적이라 그런 것들 하나하나 관리가 안 될 것 같아요. 시기상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낮추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발표에 현재 만 3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애들이 월별로 엄청 차이가 크다. (연나이) 8살 12개월월생만 되도 학교를 가기엔 빠른데 7살이면 정말 힘들 것"이라며 "어린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되면 사건 사고도 많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 발표가 급작스러워서 처음에 너무 놀랐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하니까 당황스러웠다"며 "제 주위 부모들은 (정부 발표에) 다 비판적"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1월생으로 정부 발표대로 2025년부터 정책이 시행된다면 만 5세에 학교에 입학하게 될 아이를 키우고 있는 길모씨 또한 "(정책을 처음 듣고) 진짜 이거는 애도 없고, 뇌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사실 들었다"며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아이의 발달 과정상 만 5세 아이는 초등 교육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상에 앉아서 짜인 커리큘럼에 40~50분씩 앉아 수업을 듣는 등 집중하기도 힘들뿐더러, 만 5세면 어떤 아이들 같은 경우엔 화장실을 혼자 이용하고 이러는 것도 쉽지 않고 아직 도움이 필요한 나이"라며 "초등교육 같은 경우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교사가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써 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부모 B씨는 "혼자서 뭔가를 처리할 수 없는 나이에 학교를 가는 거니까 부모로서 불안한 것도 많다"며 "솔직히 나라에서 책임질 수 없는 것 아닌가. 아이 하나하나를 다 볼 수가 없고 그걸 책임질 수가 없을 텐데 무턱대고 정책을 하겠다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길씨는 "초등교육을 가면 그때부터는 현실적으로 사교육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정규 교육 과정이 1시에 끝난다고 하면 하교를 하고 그 뒤 방과후 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시켜야 할 텐데 비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또 그걸 하고 나면 아이들을 어디에 두겠나. 학원을 보낼 것이다. 내 아이가 만 5세부터 경쟁 사회로 가야 한다는 걸 반기는 엄마들은 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에선 '방과 후 부분을 책임지겠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런 부분이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 사실 생각보다 질이 높은 교육도 아닐 것 같다. 거기에 만족할 엄마들이 얼마나 있겠나. 돈을 더 쓰고 더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초등교육이 더 내실 있고 공교육이 부모 입장에서 진짜 메리트가 있다고 느끼면 누가 반대하겠나. 현재 초등학교를 보내고 있는 부모도 공교육에 대한 평이 좋지 않다"며 "현재 시스템 안에서도 부실한 점이 너무 많은데 왜 그런 걸 보강하려고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크게 도움 될 것 같지 않은 정책을 새롭게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초 정책 발표 이후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출생 월에 따라 아이들을 순차적으로 입학시키는 방법으로 12년에 걸쳐 취학연령을 앞당길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 또한 현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졸속 행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B씨는 "3~4년을 어린이집에서 계속 같이 보낸 친구들이 갑자기 언니·오빠가 되는 꼴이다. 친구로 지내던 애들이 학교에선 높은 학년이 돼 있고, 다시 사회에 나와서는 친구가 되는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과거 빠른 년생 제도도 불만이 많았지 않았나"라며 "아이가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40여개 교육 관련 단체의 모임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학제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40여개 교육 관련 단체의 모임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학제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현재 만 2세 아들과 갓 태어난 딸을 키우고 있는 김원경(41)씨는 "지금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돼서 일을 쉬고 있다. 그런데 둘째가 좀 크면 다시 맞벌이를 할 예정이었는데 정부 발표에 꼬여버렸다"며 "만약 만 5세에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게 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다닐 때보다 일찍 하교를 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길 것 같다. 그러면 복직 계획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는 40여개 교육 관련 단체의 모임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학제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교사와 학부모 100여명이 현장을 찾았고, '학제 개편 철회하라' 등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발언에 나선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양혜정 부회장은 "한참 뛰놀아야 할 우리 아이들의 발달을 무시하고 일 년 조기입학으로 일 년 조기 직업전선에 내몰겠다는 경제적 논리가 맞다고 생각하나"라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행복과 존엄성, 유아기의 고유한 가치는 무시되고 유아기 교육을 사회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교육정책 추진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식을 듣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에서 왔다는 공립유치원 교사 C씨는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을 수년간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1월생이라 하더라도 만 5세는 학교에 가서 공부할 나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만 4세 부모들은 학교 갈 대비를 미리 하기 위해 한글 교육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면 만 4세 겨울방학 때부터 준비하시면 된다고 답한다"며 "그런데 만약 만 5세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만 3세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 거고, 그러면 당연히 사교육도 시작될 테고 아무래도 아이들을 닦달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짜 뭘 모르는 분들이 만든 정책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같은 경우도 10년 전 아이 키울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부모들이 '자기주도 이유식'이라며 아이 니즈와 발달에 맞게끔 하고 있다"며 "아이 관련 정책을 만드신다는 분들이 아이를 키운 지 오래되셔서 그런지 현장을 전혀 모른다"고 꼬집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이르면 2025년부터 취학연령을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도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결국 2일 안상훈 사회수석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교육개혁은 대통령과 내각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고 국회 입법사항"이라며 "관계자 간 이해관계 상충 부분이 있어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이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국회에서 초당적인 논의가 이뤄지도록 촉진자의 역할을 해달라는 게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이 한 지시사항"이라고 밝혔다.

박순애 교육부장관 또한 간담회에서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고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한 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정책 철회나 폐기는 아닌 상황이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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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rock@cbs.co.kr

<노컷뉴스에서 미디어N을 통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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