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체육 분리 도입 취지 훼손 · 대표성 상실 우려
특정인 추대 움직임에 견제 출사표…젊은 그룹 반란
김창준 · 양진석 · 전갑수 · 김영구 4파전
'독립기구'의문 속 체육회 ‘개입설’ 솔솔
​​​​​​​회장 당선자 출연금 6억 요구 ‘형평성’지적도

광주 첫 민간체육회장 선출 방식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그동안 광주시장이 당연직으로 체육회장을 도맡아 왔으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내년 1월16일부터는 체육회 수장으로 선출직을 앉힌다는 데서다.
▲ 지난 11월1일에 개최된 광주시 체육회 이사회 장면(사진=시 체육회)
▲ 지난 11월1일에 개최된 광주시 체육회 이사회 장면(사진=시 체육회)

어찌 보면 체육동호인 수가 비등록 ,인정단체 까지 포함 77개에, 50~60여만 명(정식 등록 회원 20만6천명)에 이르고 420억의 예산을 주무르다 보니 어지간한 권력보다는 힘이 더 셀법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로는 김창준·양진석·전갑수·김영구 등 4명이 거론된다.
체육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후보들이기에 자칫 오해를 살까봐 과거의 이력이나 직함은 표기하지 않겠다. 어느 누가 되더라도 체육계를 이끌어갈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정도로 중량감이 있는 후보들이다.

그런데 어쩌랴.
4명 모두를 공동대표로 했으면 좋겠지만 법과 제도상 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점에서 선출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민간체육회장 첫 선출 의미는 정치와 체육을 분리해 ‘독립기구화’ 하자는 취지에 있다.
그래서 선거를 통해 경선을 치러야 하지만 광주시체육회가 직·간접적인 개입을 통해 ‘합의추대’ 방식으로 물꼬를 터놓음으로써 그 흐름이 대세를 이뤄가는 형국이다.

체육회는 이사회나 총회를 통해 합의추대를 해야 한다는 어줍잖은 논리를 내세워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게 사실이다.
물론 체육회의 논리가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예산과 제도가 뒷받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광주시장과 코드가 맞지 않은 사람이 당선될 경우 광주시가 체육회로 예산을 제대로 내려주겠느냐, 서로 뻔히 아는 사람끼리 경선을 치를 경우 치고 받거나, 더 나아가 생활체육인과 선수출신의 엘리트 체육인간에, 시니어 그룹과 젊은 그룹간의 세대 간 갈등과 골이 깊어진다...등,
따라서 조용조용하게 민간체육회장을 합의 추대를 통한 단일후보를 내세워 무투표 당선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체육회 고문단과 부회장 등 자칭 ‘원로’라고 얘기하는 체육인을 중심으로 합의추대방식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의견이 대두됐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젊은 체육인들을 파고들지 못하면서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에 이르렀다.
후보로 나서려면 현재 체육회 임원들은 지난 11월16일까지 사퇴를 해야 한다는 선거규정을 들어 후보 4명 가운데 2명이 사직서를 냈던 게 그 반증이다.

그런 구태의연한 방식과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기에 체육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자신들도 합의 추대라는 틀 속에 넣어주고, 선거 룰이 어떻게 정해지든 경쟁을 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앞으로 후보들은 선거규정상 후보등록일인 1월4일~5일에 접수한 뒤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서야 하지만 이미 지인들과 조직들을 동원해 물밑에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민간체육회장 선거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코 합의 추대냐, 경선으로 치르느냐로 나눠진다.
후보 저마다의 출사표를 들어보면 총론에서는 합의추대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합의추대는 자신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고문단과 부회장단은 물론 이사회나 총회에서 의결한 합의추대 방식은 결국 후보 자신이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 광주시체육회 청사 전경
▲ 광주시체육회 청사 전경

이렇게 후보각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상황에서 과연 합의추대가 이뤄지겠느냐는 회의론과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 첫째가 모든 민주주의 선거가 경선이 원칙인데 유독 광주만이 합의추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과연 시 체육회 종목별 회장단과 구별 회장단과 대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선거인단 310여명이 대표성을 갖느냐는 것이다.

특히 다음 주에 고문단과 부회장단이 특정장소에서 만나 선출방식과 절차, 그리고 어떤 사람을 추대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한다고 하지만 이런 복안을 후보들과 젊은 체육인들이 선뜻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둘째로 민간체육회장에 당선되면 1년에 2억씩, 3년간 6억 원을 출연해라는 요구도 궁색하기 그지없다. 과거 체육회장이 축·조의금이나 행사 등 개인적으로 써야 할 돈을 체육예산으로 쓰지 말고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써야한다는 취지에서 출연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과거 일부 종목별 체육단체에서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체육발전을 위해 구청별로 1~3천만원씩 내놓겠다고 공약한 뒤 내 몰라라 했던 사례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도입한 거란다. 물론 일부 체육회장이 체육회를 자신의 입지 수단으로 삼으려는 비도적인 양심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에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출연금 요구는 다른 선거직과 형평에 맞지 않다. 광주시 체육회에 규정을 따로 만들어 이를 통제하거나 그러한 후보를 뽑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필요하다면 시민발의나 투표 등을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그렇다면 시민이 선출한 광주시장도 시민들을 위해 사용한 업무추진비를 제외한 대외활동비 등의 예산을 자신이 내고 써야 한단 말인지 묻고 싶다. 이제 돈은 없지만 능력 있는 사람은 민간체육회장에 나설 엄두도 내지 못할 시대가 됐나 보다.

이런 제도적 미비와 함께 세대 간 갈등이 변수로 작동될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 합의추대를 통해 거론되는 후보가 체육인들로부터 대표성을 가질 정도의 유능한 사람이라면 천만다행이다.

그렇지 않고 광주시장의 암묵적 지시 속에 정반대의 후보를 내세울 경우 불공정 시비와 함께 민심왜곡 현상이 일어나면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합의추대라는 명분이야 그럴싸하지만 발상자체가 고답적이고 고루하다는 점에서다.
합의 추대로 민간회장이 선출 될 경우 체육회가 광주시장에게 예속화되면서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육인들은 합의추대를 따르자니 대표성과 독립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고, 경선을 치르자니 예산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르지 않아 이래, 저래 고민만 쌓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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