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지방교부세 배분 방식 변경, 지자체 복지와 비정규직 처우개선 위축 우려

지방교부세 배분 권한 이용한 ‘전임 정부 주요 정책 지우기’ 의혹도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방자치자체 고유의 복지 축소 경쟁을 낳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행안부가 지자체 예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교부세의 배분 권한을 이용해 전임 정부의 주요 정책 지우기에 나선 것인지 의심스럽다”면서 “지자체 복지를 위축시키고 풀뿌리 자치의 가치에도 반하는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의 행정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보통교부세, 특별교부세, 부동산교부세, 소방안전교부세로 나뉜다. 2022년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보통교부세가 55.1조원으로 전체 지방교부세 65조원의 약 85%를 차지한다. 보통교부세의 재원은 내국세 수입액에 19.24%를 곱하여 산출된 액수의 97%이다. 보통교부세의 지자체 배분은 지자체의 재정 수요액에서 재정 수입액을 차감한 재정 부족분에 대해 일정 비율을 곱하여 산출된 액수를 각 지자체에 할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재정 수입액보다 재정 수요액이 커서 지방교부세 세입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예를 들어 2022년 세입예산 기준으로 (소방안전교부세를 제외한) 지방교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기 고양시는 11%이지만, 전남 신안군은 52%, 경북 안동시는 51%나 된다. 따라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지방교부세 산정 방식의 변화에 첨예한 이해를 가진다.
  
보통교부세 배분 방식 변경으로 지자체 고유 복지 사업에 제동
 
지난 10월 31일 입법예고된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다수의 보통교부세 배분 방식 변경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행안부는 지자체의 건전 재정을 유도하기 위해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 지출을 보통교부세의 재정 수요액 산정에 새롭게 반영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지자체 현금성 복지 지출 결산액이 중위단체보다 높을 경우 그 높은 비율 만큼을 재정 수요액에서 차감하고 반대로 중위단체보다 낮을 경우에는 재정 수요액에 더한다. 재정 수요액 산정에 따라 보통교부세 배분액에 큰 영향을 받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지자체 고유의 복지 사업을 실시하거나 기존 복지 사업을 유지 및 확대하려는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행안부는 지자체 현금성 복지사업의 범위를 특정하기 위해 행안부 훈령인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개정하였다. 2023년부터 적용되는 이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사회보장적 수혜금(301-01) 단일 항목으로 존재했던 세입예산 편성목을 국고보조를 재원으로 하는 것(301-01), 지자체 재원으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것(301-02), 이 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지자체 재원 복지 사업(301-03) 3개 목으로 세분화하였다. 이 가운데 301-03에 해당하는 현금성 복지 지출을 보통교부세 배분에 반영할 계획이다. 예산편성 운영기준 개정안에 의하면 청년 기본소득, (코로나19 시기에 지급한 것과 같은) 재난지원금, 지역화폐 할인 발행에 따른 예산 지출 등이 301-03 편성목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혜인 의원은 “현행 보통교부세 산정 방식에도 지자체의 건전 재정을 유도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존재함에도 보통교부세 배분 권한을 무기로 삼아 지자체 고유의 복지 사업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풀뿌리 자치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건비 절감의 보통교부세 반영률 2배로 강화...피해는 공무직과 비정규직에 집중 예상
 
보통교부세 배분 방식이 변경되는 또 다른 주요 사항은 지자체의 인건비 사용이다. 현행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은 지자체가 기준인건비를 절감하면 일정한 산식을 통해 이 절감액을 재정 수요액에 반영하고 있다. 개정안은 인건비 절감액의 재정 수요액 반영률을 2배로 높이고 기준인건비보다 더 많은 인건비를 사용할 경우 그 초과액 만큼을 재정 수요액에서 차감한다.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인건비 절감 노력이 가중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법에 의해 신분과 보수가 보장된 공무원보다는 기간제, 시간선택임기제와 같은 비정규직 그리고 여전히 차별시정과 처우개선이 필요한 공무직(무기계약직)일 수밖에 없다.
  
용혜인 의원실은 지난 국정감사 기간에 행안부로부터 받은 ‘전국 지자체 기준인건비 및 예산 현황’ 자료 및 ‘보통교부세 산정내역’ 자료 등을 취합해 경기도 31개 시군의 인건비 절감액의 보통교부세 반영액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2021년과 2022년 전체 인건비 절감의 재정 수요액 반영액은 각각 130억원, 119억으로 산출됐고, 이 가운데 공무원과 기타직을 제외한 공무직의 반영액은 각각 570억원, 602억원으로 나왔다.(하단 경기도 31개 시군 보통교부세 산정 관련 인건비 절감 반영액과 정규직 전환 수요액 참조)
  
이 수치는 경기도 31개 기초 지자체가 공무원과 기타직 합계 인건비를 기준인건비보다 초과 사용했지만 공무직은 기준인건비보다 훨씬 낮은 인건비를 지출해 보통교부세 배분에서 이익을 취했음을 보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공무직화)에 따른 수요액이 재정 수요액에 반영된 액수는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21억, 4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행안부는 정규직 전환 수요액을 재정 수요액에 반영하는 제도를 2023년 이후에 종료시킨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31개 시군 보통교부세 산정 관련 인건비 절감 반영액과 정규직 전환 수요액
▲경기도 31개 시군 보통교부세 산정 관련 인건비 절감 반영액과 정규직 전환 수요액

 

  
인건비 절감액의 재정 수요 반영액이 지금보다 2배로 늘어나고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를 재정 수요액에 반영하는 제도가 일몰되면 지자체들 사이에 인건비 절감 경쟁도 가속하게 된다. 인건비 절감 경쟁은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사라지고, 공무직의 차별 시정 및 처우 개선이 더욱 어려워지는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폐기 수준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용혜인 의원은 “지자체가 순세계잉여금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수십 조원의 여유 재원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은 방치하면서 보통교부세 산정 방식을 지자체 복지 지출을 옥죄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개정안이 하필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들인 주요 정책들에 불이익을 안기려는 것이어서 정치적 의지가 강하게 작동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17일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안 의결시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가 들어간 서면 질의서를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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