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기념사업위원회 등 5년간 중산간 일대 4.3유적지 조사
무장대와 토벌대, 피난민 사용 추정 총알과 수저 등 유물 다수 발견

제주시 애월읍 노로오름 일대에서 발견된 4.3 당시 사용 물건. ⓒ제주의소리
제주시 애월읍 노로오름 일대에서 발견된 4.3 당시 사용 물건. ⓒ제주의소리

 

제주4.3 당시 군의 초토화 작전 등으로 많은 도민들이 한라산 중턱으로 몸을 피신했다. 군경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피난민까지 모두 ‘산폭도’로 취급해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수년에 걸친 시민사회의 조사 끝에 녹이 슨 총알과 수저 등이 70여년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4.3 통일의 길, 마중물’은 4.3 당시 무장대 2연대가 주둔했던 애월·한림·대정·안덕·중문 지역 중 제주시 애월읍 노로오름 일대를 2017년부터 5년간 조사한 결과를 13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발표했다. 

제주4.3 당시 군경의 무자비한 진압 작전을 피해 많은 도민들이 중산간으로 몸을 숨겼다. 군은 바다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도민들을 모두 진압하는 초토화 작전을 전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중산간에 터를 잡고 살다 해안가로 내려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에 더 깊은 산속으로 피신한 도민들이 대다수다.

제주 대부분의 중산간에서는 수많은 학살이 이뤄졌고, 4.3기념사업회와 마중물은 제주 중산간에 초점을 맞췄다. 제주4.3특별법 제정과 진상조사보고서 발표, 대통령의 사과 등 성과에도 4.3 당시 산에 올랐던 도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삶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가 부족하다는 시각이 출발점이다. 

조사에 참여한 마중물 배기철 회원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017년 171차례에 걸쳐 제주 중산간 일대 4.3 유적지를 조사중인 4.3기념사업회와 마중물은 애월읍 노로오름 일대를 첫 번째 보고 대상으로 선정했다. 

제주4.3과 관련된 많은 문헌에 따르면 당시 무장대는 ‘인민유격대’를 구성해 지금의 제주시 애월읍부터 중문까지 이어지는 지역에서 인민유격대 2연대를 구성했다. 

이에 맞춰 군도 해안가에서 중산간 지역으로 주둔지를 옮겼고, 애월읍 노로오름 근처에 특수부대가 자리 잡았다. 맞닿은 군과 무장대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애꿎은 피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1930년대 제주 중산간 대부분이 마을 목장이었던 점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시민사회는 1948년 5월 촬영된 미군의 제주도 항공사진과 일제강점기 제주 지도를 토대로 조사에 나섰다.

금속탐지기와 탐침봉까지 활용한 조사 끝에 노로오름 일대에서 총알과 탄피, 수저, 토기 등이 발견됐다. 4.3 당시 무장대와 피난민 등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4.3 당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저와 토기, 총알 등. ⓒ제주의소리

4.3 당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저와 토기, 총알 등. ⓒ제주의소리

4.3 관련 문헌에 언급된 장소 등에서 집터와 함께 군화와 주사약, 철창 등도 발견됐다. 

들굽궤 위쪽에서는 보초터가 확인됐다.

궤에서 군화와 그릇 등이 무더기로 발견된 근거로 시민사회는 상당 규모의 무장대가 노로오름 일대에 주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들굽궤 맞은편 능선과 들굽궤로 향하는 건천 바닥에서 수많은 탄피가 발견됐다. 군의 무장대 토벌작전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4.3기념사업회와 마중물은 노로오름 일대를 시작으로 4.3 당시 산에 올랐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4.3 진상규명이나 조사 활동이 해안가에 집중돼 있어 이제라도 중산간의 역사를 기록해 온전한 4.3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로 구축해야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유관기관의 협조도 받아 한라산 국립공원 내 4.3 유적지 등 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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