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위인협동조합,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 진행
전국에서 모인 시각장애인 10명 2박3일 간 올레길 도전

▲㈔제주올레(대표 안은주)와 위인(We-In)협동조합(이사장 고명숙)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간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올레
▲㈔제주올레(대표 안은주)와 위인(We-In)협동조합(이사장 고명숙)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간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올레

“이야기로만 듣던 제주올레길을 직접 걸으니 꿈만 같아요. 완주해 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제주올레길 아직 잘 모르지만, 더 알아가고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여행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제주올레(대표 안은주)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간 위인(We-In)협동조합(이사장 고명숙)과 함께 우리은행의 후원으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걷는 여행 ‘무장애 올레길(에이블 올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서울, 대전,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각장애인 10명이 장애를 딛고 제주올레길에 도전했다.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제주올레길을 완주한 류청한씨(53)는 올레길 완주가 오랜 꿈이었다.

류씨는 20여 년 전 시력을 잃기 시작해 서른 살이 되던 해 주변부만 뿌옇게 빛을 감지할 정도로 시력이 악화했다.

우연한 계기로 제주올레의 ‘한 달 걷기’ 프로그램을 접한 류씨는 “딱 일주일만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불가능할 거라 여겼던 올레길 완주에 성공했다.

류씨의 올레길 완주는 제주올레에서 운영하는 ‘길동무’ 프로그램의 역할이 컸다.

류씨가 속한 위인협동조합의 협조 요청을 통해 총 26개 코스별로 길동무가 배치돼 올레길을 동행했다.

이렇게 시작된 동행은 류씨의 오랜 꿈이었던 올레길 완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류씨는 올레길을 걸으며 받은 도움을 자원봉사 네트워크로 확장해 장애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류씨의 마음은 불길처럼 뻗어나가 그가 소속된 위인협동조합 전문가들을 움직였다.

그들은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구간을 조사하고 도보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개선사항을 찾기 위해 몇 차례나 올레길을 찾았다.

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올레길 보행가이드’도 세상에 나왔다.

보행가이드에는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바라본 상, 중, 하 코스와 함께 해당 구간의 안전확보를 위한 개선사항이 담겼다.

특히 위인협동조합은 제주올레길 위에서 제주의 문화, 생태 등 시각장애인들이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발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장애로 할 수 없었던 일을 사회 서비스나 시설로 가능하게 한다면 더는 장애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제주올레(대표 안은주)와 위인(We-In)협동조합(이사장 고명숙)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간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올레
▲㈔제주올레(대표 안은주)와 위인(We-In)협동조합(이사장 고명숙)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간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올레

“시각장애인들이 안타까운 것은 보이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는 환경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임동한씨(42)의 말이다.

그는 직장생활 18년 동안 연차를 처음 내고 이번 여정에 함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범한 제주 관광이었다면 오지 않았겠지만, 제주올레길을 걷는다는 소식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는 류씨가 올레길을 완주하고 찾은 ‘방향’이 맞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함께 걷기’라는 체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고,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 네트워크 확대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류씨는 위인협동조합과 제주올레와 협력해 이번 여행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시각장애인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자원봉사자 배출이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다른 장애에 비해 외부 활동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행에 있어서 자연환경, 여행 방법, 지역문화 등에 대한 맞춤형 정보가 부족하고 전적으로 가족에게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류씨는 이 같은 한계점과 함께 시각장애인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제주올레와 자원봉사자 양성 교육 콘텐츠를 구축했다.

그 결과 제주올레는 지난 2월 19명의 자원봉사자를 배출했고, 자원봉사자와 함께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에이블올레)’를 기획했다.

제주올레길을 걷는 것이 꿈이자 바람이었던 시각장애인들은 참가 모집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신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간절했던 제주올레길 걷기 여정이 시작됐다.

이들은 제주올레길 중 도보의 불편함이 적고 난이도가 가장 쉬운 코스인 6코스 절반을 하루 걷고 이어 7코스를 이틀 동안 절반씩 나눠 걸으며 완주했다.

또 시각장애인에게 특화된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즐겼다.

마지막 날에는 일대일 매칭으로 함께 걸은 자원봉사자와 서로에게 음성 편지를 남기며 응원과 격려를 나눴다.

▲㈔제주올레(대표 안은주)와 위인(We-In)협동조합(이사장 고명숙)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간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올레
▲㈔제주올레(대표 안은주)와 위인(We-In)협동조합(이사장 고명숙)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간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올레

이번 여행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나은성씨(65)는 “제주올레길을 걷는 3일 동안 너무나 행복했다”며 “제주의 바람과 파도 소리, 그동안 만져보지 못한 꽃과 나무 모든 것이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 여행에 동행해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 덕분에 더 행복했다”고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자원봉사자 지신숙씨는 “누군가의 꿈이었던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다”며 “제주올레길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올해 처음 시도한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들의 걷고 싶다는 열정과 교육을 통해 전문 보행 가이드로 나서 준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컸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앞으로도 제주올레길에 찾아와 자유롭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 인력 확보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누구보다 이번 여행을 꿈꿨던 류청한씨는 “앞으로도 장애인들이 걸어서 행복해지는 순간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는 추후 제주올레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자 양성 프로그램으로 배출된 시각장애 교육 수료생과 참가자 일대일 매칭을 통해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올레 공식 홈페이지(www.jejuolle.org)를 통해 공개된다.

▲㈔제주올레(대표 안은주)와 위인(We-In)협동조합(이사장 고명숙)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간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올레
▲㈔제주올레(대표 안은주)와 위인(We-In)협동조합(이사장 고명숙)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간 무장애 올레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제주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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