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수 세인한의원원장

경혈(經穴)의 기원에 대하여

한의학과 관련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나 칼럼을 보면 어떠한 증상이 있을 때 이 혈자리를 누르면 좋은 효과가 있다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간혹 어떤 분들은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혈자리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혈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고대인들의 경험이 쌓여 생긴 것이라고 추측을 하고 있으며 이와 비슷하게 현대에도 새로운 신혈(新穴)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인정하는 기본적인 혈자리는 12경맥(經脈)에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을 더한 14경맥(經脈)에 속하는 혈을 말한다. 보통 14경맥에 속하는 혈자리 이외의 혈자리는 경외기혈 혹은 신혈(新穴)이라고 하여 따로 분류하고 있다. WHO에서는 14경맥의 혈자리들에 대한 경혈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여 경혈의 이름과 위치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경혈에 대한 논문을 쓸 때는 이 표준안을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다.

최초의 혈자리는 우연히 발견되었을 것으로 추측 된다. 고대인들이 우연히 체표 부위에 타박상이나 자상과 같은 손상을 입은 다음 평상시에 가지고 있던 질환이나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 했거나 아픈 부위를 본능적으로 돌이나 나무로 두드리는 자극을 준 이후 통증이 완화되는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

초기에는 혈자리가 정해지지 않고 아픈 부위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 방식은 현대의 한의학에도 많이 사용되는 방법으로 아시혈 요법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아픈 부위를 찾아 자침하는 방법이다. 물론 한의학 치료는 아픈 부위만 찾아 그대로 자침하는 것은 아니고 근육학과 경락 경혈학을 이용하여 압통점과 경결점을 찾아 치료점으로 삼는다.

이렇게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 위치를 자극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게 되었으며 단순히 아픈 부위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먼 부위에도 효과가 나타나고 인체 내부의 문제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그리고 좀 더 정확한 혈의 위치가 확정되면서 효능이나 위치 등을 활용한 혈의 이름을 붙이게 된다.

다양한 혈들이 발견되면서 이 혈자리들이 단순히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흐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혈자리 하나하나가 모여 경맥을 이루게 된다. 초기의 의서를 보면 11경맥(經脈)으로 기재되어 있기도 하는 것을 볼 때 초창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혈과 경맥의 체계를 잡아간 듯 하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현재의 12경맥 체계가 완성되었고, 여기에 임맥과 독맥 2개의 경맥을 더하며 14경맥이 완성된 것이다.

혈자리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현대에 와서는 각종 검사기기와 의료기기를 통해 좀 더 과학적으로 혈의 효과를 입증하고 왜 경락이 이렇게 흘러가는지 증명 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언젠가는 경혈과 경락의 기전이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한의원 운영위원
-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한의원 진료한의사
- 건강보험공단 남부지사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위원
-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겸임교수
- 대한경락경혈학회 이사

-  인천광역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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