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박희수 “끝까지 간다”-고경실 “멘붕, 조만간 입장정리”
여론조사 1․2위 출마땐 소용돌이…여·야, 다자구도 유·불리 셈법 복잡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공천 과정에 파열음이 생기면서 제주시갑 선거구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원내정당 후보들이 총출동하고,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던 유력주자들이 중앙당의 전략공천 또는 공천배제(컷오프)에 반발, 무소속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4.15총선 제주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송재호 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제주시갑 선거구에 전략공천했다.

이에 반발해 칩거에 들어갔던 문윤택 제주국제대 교수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참담하고 화가 나지만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반면 지난달 28일 중앙당으로부터 “전략공천지역은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은 박희수 예비후보는 1주일을 더 고민한 끝에 5일 결국 “무조건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희수 후보는 이날 오전 제주시 연동 소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행하게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실수를 저질렀다. 중앙당의 오만함, 또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일부 세력들의 밀실야합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저는 부당한 처사에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기자들 앞에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 대신 감색 정장 차림으로 섰다. 민주당과의 결별 메시지를 포함한 듯 했다.

준비된 기자회견을 읽은 뒤 ‘메시지가 불분명하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경우의 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제2, 제3의 방안도 있다”면서 “어떠한 경우라도 끝까지 간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무소속 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 선택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이다. 다만, 그는 회견 중에 “이대로 제주를 미래통합당에 넘겨줄 수는 없다”라고 강조, 정당 선택지에서 미래통합당은 고려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략공천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다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컷오프’ 문제로 시끄럽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 제주지역 3개 선거구 공천과 관련해 제주시갑 선거구는 구자헌, 김영진, 장성철 예비후보 3명이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에 1~2위를 다투던 고경실 예비후보를 ‘컷오프’시킨 것. 고경실 캠프는 발칵 뒤집혔다. 지지자들은 바로 다음날 성명을 내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경선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공관위에 컷오프 취소를 촉구했고, 4일에는 제주도당 당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결국 한철용 도당위원장은 “고경실 후보까지 경선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건의서를 황교안 당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경실 후보는 5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저는 이런 결정이 나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며 “재심 요청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후 거취는 지지자들과 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만약 고경실 후보까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제주시갑 선거구는 그야말로 대혼전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제주의소리> 등 제주지역 언론4사가 1월19~21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4.15총선 2차 여론조사에서 박희수(10.5%)․고경실(10.2%) 후보는 여․야 전체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각각 1-2위를 기록한 바 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록 현 시점과 40여일 정도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여론조사 1-2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제1~2당으로서는 선거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아무리 당력을 집중한다 하더라도, 괸당문화가 강한 제주에서 ‘인물론’은 그래도 약발이 먹힌다. 가깝게는 2년 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원희룡 후보가 당선됐다.

게다가 정의당 고병수 후보가 선전할 경우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민주당으로서는 표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생당의 출현도 득표전략 면에서는 악재다.

미래통합당 역시 야권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던 고경실 후보가 무소속으로 뛰쳐나갈 경우 표 분산을 감수해야 한다. 나름 집토끼(한경면 출신)가 있고, 40년 넘는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인맥 등을 감안할 때 고 후보의 득표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문대탄 씨가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업고 있는 우리공화당 간판으로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보수표 분산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방정가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40여일 남은 선거일까지는 여러 변수가 등장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들의 거취가 가장 큰 변수”라며 “여론조사 1․2위가 공천배제된 데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제1․2당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5일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제주시갑 지역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박희수 송재호 △미래통합당=고경실 구자헌 김영진 장성철 △민생당=양길현 △정의당=고병수 △우리공화당=문대탄 △국가혁명배당금당=배유진 △무소속=김용철 임효준 현용식 등 13명이다.
저작권자 © 한국뉴스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