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1심 선고 뒤, 심경 토로 "좋은 법으로 남길 바란다"

“민식이법은 운전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지키고자 만든 법입니다. 운전자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9월, 9살 난 아들 김민식 군을 잃은 부모가 27일 교통사고 가해자 1심 선고 뒤 한 말이다.

김 군 부모인 김태양·박초희 씨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민식이법을 두고 오해가 많다. (오해 소지는) 저희가 바로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과 정부가 나서 부모들과 운전자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군은 충남 아산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A씨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후 김 군 부모는 청와대 게시판에 도로교통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을 올렸고, 국회는 지난해 12월 일명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시설 설치 의무화와 안전운전 부주의로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고, 지난 달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처벌 형평성’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법 시행 일주일 만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아동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과실로 일어난 범죄를 고의성이 있는 범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인터넷 상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모든 사고에 대해 민식이법이 적용돼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가짜뉴스가 돌고 있다. 김 군 부모들에게도 항의 전화와 악성 문자메시지가 쇄도하며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고(故) 김민식 군 부모가 27일 교통사고 가해자 1심 선고 뒤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故) 김민식 군 부모가 27일 교통사고 가해자 1심 선고 뒤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태양 씨는 “아이 엄마가 전라도 출신이라거나,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가짜 뉴스도 퍼지고 있다. 이런 글을 보면 저희 입장으로선 굉장히 모욕적”이라며 “(민식이법이)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정확한 규정이 없어 운전자들의 혼란을 일으키는 부분이 있다. 법제처나 정부에서 홍보해야 하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신호위반과 음주운전, 뺑소니 등 중과실일 경우 (민식이법이) 적용되지만, 무조건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다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좋은 법안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뉴스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