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클럽 무슨 상관?” 불야성 제주 유흥가엔 느슨해진 청춘들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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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클럽 무슨 상관?” 불야성 제주 유흥가엔 느슨해진 청춘들 ‘북적’
  • 제주의소리=김찬우 기자
  • 승인 2020.05.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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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현장] 제주 대학로·누웨마루거리·명동로 등 유흥가 곳곳 생활방역 해이 모습

"코로나19가 끝난 것 처럼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코로나19가 자기만 피해간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여기는 딴 세상인것 같아요. 아직도 비상상황인데 이러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이태원처럼 확진자가 생기면 어쩔려고..."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코로나19의 3차 감염 우려 목소리가 큰 가운데, 지난 15일 밤 제주시청앞 대학로 모 의류점 주인 정승일 씨(39, 가명)는 가게 문을 닫으면서 걱정되는 듯 삼삼오오 지나가는 20대 행인들을 향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제주 대표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 ‘제주시청 대학로’, ‘서귀포시 명동로’ 등 도내 유흥가 밀집지역을 지난 14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3일간 현장 취재했다. 현장은 한마디로 '불야성'이었다.

도내 유흥가 밀집지역의 밤거리는 코로나19 감염과 무관한 듯 인파가 끊이지 않았고, 주점과 노래방 등 실내공간은 물론 거리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마스크없이 즐기거나 걸어다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정부는 지난 5월6일부터 고강도 사회적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했지만, 제주는 5월초 황금연휴 기간 20만명 가까운 관광객 방문으로 5월20일까지 여전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현장이었다.

특히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제주도내 30대 여성이 14번째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날이 갈수록 도민 불안감이 더해지는 와중임에도,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시민들.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시민들.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 인근 술집. 거리에선 꽤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 인근 술집. 거리에선 꽤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는 10시가 넘어서도 많은 사람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일부는 “돔나(돔나이트)갈래?”라고 일행에게 묻는 모습도 보였다. 돔나이트는 현재 이태원클럽 감염 확산 직후 임시 휴업에 들어간 상태인데 이를 모르는 눈치였다.

또한 코로나19 감염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 한 대화도 들려왔다. 30대로 보이는 남성 3명이 길을 가면서 “(우린) 마스크 없어도 돼”라고 말하며 웃으며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술집을 향하던 박 모씨(30)는 신분을 밝힌 기자가 ‘무슨 일로 나왔느냐’고 묻자 “소주 마시러 나왔다. 사람이 많이 보이지만 (코로나 확산 우려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긴 하지만, 뭐 그렇게 불안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니 “답답해서 잠시 내렸다. 실내에서는 잘 끼고 있는데 실외에서는 답답해서 잠시 내리거나 벗는 편”이라며 “집이 근처라 자주 나오는 편인데 제주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누웨마루 길을 지나던 안은정(27, 연동)씨는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인데 생각보다 길에 사람이 많다”며 “날도 따뜻하고 갑갑하니 밖으로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대신 마스크라도 잘 착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어떠냐'는 질문에는 “안이하다. 나태해진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면 욕이 나오기도 하고 눈살이 찌푸려진다”면서 “등교하고 싶은 학생이나 밖에 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은데 감염 예방수칙을 제대로 준수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누웨마루 거리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안 모씨(58)는 “제주 14번 확진자 발생 이후 사람이 없었다가 또 늘어났다. 확진자가 안 나와야 하는데 늘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손님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지 물으니 “약국에 올 때는 마스크를 잘 쓰는 편이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들어오면 다른 손님이 눈치를 준다. 당황에서 입을 가리거나 마스크를 사기도 한다”면서도 “구매는 열심히 하지만 착용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사람들이 실외에서 돌아다닐 땐 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기자가 1시간 넘게 누웨마루 거리에 있었는데 2명 중 1명꼴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주시청 대학로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제주시청 대학로 거리.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청 대학로 거리.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이 노래방을 통해 확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청 대학로의 한 노래방에선 단체로 사람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술집은 이미 만석을 이뤄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거나 흡연을 위해 삼삼오오 모여 있기도 했다.

심지어는 새벽 12시40분께 제주시청 어울림마당(구 버스정류장) 앞 벤치에서 술에 취해 잠든 취객이 지갑을 도둑맞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취객의 신상정보를 확인하고 지갑의 종류와 금액 등을 물어본 뒤 이 일대에서 수색 활동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앞 벤치에선 한 시민이 잠에 든 사이 지갑을 도둑맞아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앞 벤치에선 한 시민이 잠에 든 사이 지갑을 도둑맞아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손님을 태우기 위해 줄지어 있는 택시는 얼마 기다리지 않아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고, 새벽 1시가 지나서도 거리엔 수십여명의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갈수록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집을 향하던 노영재(21), 고한나(20)씨는 “제주 14번 확진자 발생으로 늘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조심하고 있다. 평소에도 습관처럼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되도록 사람이 많은 쪽은 피하려고 한다. 확진자가 생겼다고 하니까 더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으면 좋겠다. 제주도에 중국인 관광객이 종종 보이는데 마스크를 잘 안 쓰더라. 우리는 조심하려 마스크를 쓰는데 관광객이 안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불편하기도 하다. 될 수 있으면 다 조심하고 마스크를 착용했으면 한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길을 지나고 있던 김 모씨(25)는 “회식 때문에 시청에 나왔다. 마스크가 불편해 착용을 잘 안 한다. 마스크 상관없이 감염자는 발생하고 서울 등 위험지역 방문자만 (코로나19에)걸리니까 청정구역으로 알려진 제주는 조금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잘 안 쓰긴 해도 식당이나 사람 많은 곳에선 한두 칸씩 떨어져 앉는 등 혹시 몰라서 거리를 둔다. 또 버스 탈 때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편이다. 약속에 안 나갈 수는 없기에 코로나19가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아 약속이 생기면 나오는 편”이라고 했다.

제주시청 대학로 한 주점엔 사람이 가득차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주점 앞에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청 대학로 한 주점엔 사람이 가득차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주점 앞에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주의소리

한편 대학로 주점 상인 김 모씨(53)는 “보름 전까지만 해도 손님이 없어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냐는 질문에 대해 “제주도가 청정지역이라고 발표한 바로 다음 날 바로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크게 와닿았다.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냐고 물으니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왔다가 벗는다. 요즘은 학생들이 더 잘 알아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온다. 그런데 단체 손님은 대부분 안 쓰고 온다”고 답했다.

기자가 현장 분위기를 살펴본 결과 새벽 2시가 넘어서도 대학로 골목마다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택시를 잡아 귀가하거나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서귀포시 명동로 거리.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일부 시민은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황급히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명동로 거리.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일부 시민은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황급히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15일 금요일, 소위 '불금'이다. 서귀포시민이 많이 찾는 번화가인 명동로를 찾았다. 이날은 안개가 낀 궂은 날씨 속에서도 ‘불금’을 즐기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이 많은 술집은 30명 이상이 들어차 남은 좌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손님들은 자리가 있는지 종업원에게 물어보고는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한 시민은 “이 시간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고 자신의 일행에 물으며 다른 곳으로 향했다.

거리에선 서로 시비가 붙어 일행이 말리는 모습도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은 분위기를 즐기려는듯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업차 제주를 방문한 구동률(56, 부산 기장)씨는 “서귀포에 며칠 머물고 있다. 오늘은 안개비가 와서 이 정도지 그저께랑 어제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했다.

마스크에 대해 물으니 “지금도 쓰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 이태원 소식 이후 마스크를 안 쓰던 사람들도 쓴다. 나도 엘리베이터나 밀집 지역에선 꼭 착용하고 있다”며 “마스크 안 쓴 사람들 봐도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서귀포시 명동로 한 상인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점포에 오는 사람이 꽤 있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생겨서 불안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버스 타거나 사람 많은 곳에선 꼭 착용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어느 거리에서나 흡연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거나 술집을 나서며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지 않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일부 시민은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인터뷰를 거절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서귀포시 명동로 거리. 안개가 낀 궂은 날씨에도 사람이 꽤 보였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명동로 거리. 안개가 낀 궂은 날씨에도 사람이 꽤 보였다. ⓒ제주의소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안전 안내문자를 통해 “최근 마스크 착용이 느슨해지고 있다. 집단감염 예방을 위해 실내 다중이용시설 이용, 2m 거리두기가 안되는 실외활동 시 마스크를 꼭 착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상대적으로 조용한 제주지역 상황에 따라 경계심을 풀고 감염 예방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채 외출하는 도민이 늘어나고 있다.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 2~3차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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