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비용 부과처분 취소 소송'서 LH청구 기각
세종시, 2심에서 1심 판결 뒤집고 승리..378억원 달하는 소송전 역전극 만들어

▲ 세종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수도 공급 시설공사 소송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뒀다. 사진은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현장 모습
▲ 세종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수도 공급 시설공사 소송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뒀다. 사진은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현장 모습

세종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수도 공급 시설공사 소송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우려됐던 수돗물 값 인상을 막았다.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 5일, LH가 세종시를 상대로 제기한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비용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세종시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수도법 배제 ▲수도사업자 지위 ▲신뢰보호 원칙 등 3가지였다. LH는 이를 근거로 "비용부담 주체가 세종시에 있다"며 "상수도원인자부담금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LH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2단계 상수도 기반시설, 비용부담 주체 누가? 세종시 vs LH '팽팽'

세종시와 LH는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그간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해당 공사는 세종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대전 유성구 용신교∼세종 장재리까지 송수관로(D=1350㎜, L=11.05㎞)를 매설하는 사업이다. 세종시가 발주해 대전 상수도시설관리본부가 시공을 맡아 2017년 5월 착공해 지난 6월 준공했으며, 시는 이 공사를 통해 14만㎥의 용수를 대전 신탄진 정수장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동안은 1단계 용수공급 관로를 통해 대전 월평정수장에서 하루 6만㎥의 용수를 신도시에 공급받아왔다.

총 378억원에 달하는 이번 소송은 세종시가 패소할 경우 시민들의 수돗물 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위치도, 대전시 제공
▲ '세종시 2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위치도, 대전시 제공
세종시와 LH는 신도시(행복도시) 개발로 인한 '상수도 기반시설 공사 비용부담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이냐'를 두고 치열하게 맞섰다.

세종시는 수도공사를 하는 데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LH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복도시 건설이 국가 주도로 추진되고 있고 LH가 그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기반 시설인 상수도 시설 역시 LH가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수도법’(71조)을 근거로 한 이른바 ‘원인자부담금(原因者負擔金)’이다. 71조에는 '수도사업자는 수도공사를 하는 데에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수도공사·수도시설의 유지나 손괴 예방을 위해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시는 공사비용(378억원) 전액을 2017년 6월 원인자부담금 명목으로 LH에 부과했다.

하지만 LH는 비용부담 주체가 세종시에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수도법 배제 ▲수도사업자 지위 ▲신뢰보호 원칙 등을 핵심 근거로 내세우며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일단 공사비를 납부한 후, 공사비를 되돌려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LH는 먼저 "'행복도시특별법(행복도시법)'에 따라 수도법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행복도시법(23조)에는 ‘도로, 상하수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반시설과 부대시설의 설치에 대해 국가는 예정지역(행복도시)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예정지역 등 밖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이번 공사가 행복도시 예정지역 밖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인 세종시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는 또 수도사업자 지위를 거론하며, "세종시가 직접 공사를 시행하지 않아 원인자부담금 부과 처분을 할 수 있는 지위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전시가 시행하는 사업이기에 세종시는 수도사업자가 아니어서,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세종시 1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위치도, 대전시 제공
▲ '세종시 1단계 용수공급 시설공사' 위치도, 대전시 제공
이와 함께 '원인자부담금'에 대한 조항이 명확하지 않은 1단계 공사 당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돗물 공급협약'도 근거로 내밀었다. 2007년 체결한 이 협약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대전시, LH 등 3자간에 이뤄졌는데, 세종시가 공식 출범하기 전이어서, 행복도시 건설 주체인 행복청이 협약을 주도했다. 1단계 공사로 세종시는 대전 월평정수장에서 하루 6만㎥의 용수를 행복도시에 공급받아왔다.

당시 협약에는 행복도시 내의 경우 LH가 사업비를 부담해 상수관로 등을 설치하고, 행복도시 밖의 경우 대전시가 투자해 설치한 후, 설치비(322억원)를 30년간 (행복청이 대전시에게) 분할 상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2011년 행복청의 수돗물 공급요금 납부 의무는 (세종시 출범 전까지) 구 연기군이 승계 받았고, 2012년 7월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세종시로 승계됐다.

시는 이때 협약에 따라 매년 시설설치비용을 수돗물 값에 포함해 대전시에 30년간 분할 납부하고 있다. 당시 협약서에 ‘원인자부담금’에 대한 조항이 명시되지 않아, 2단계 공사에서도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게 LH 주장이었다.

2심 재판부 "비용부담 LH가 해야", 판결 왜 뒤집혔나

하지만 법원은 LH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세종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행복도시법(23조)이 정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는 행정적 지원을 한다는 의무규정일 뿐, 수도법(17조)에 따라 부과하는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 부과를 금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LH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시가 원인자부담금 부과 처분을 할 수 있는 지위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도사업자가 직접 수도공사를 실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탁 또는 대행해 공사비를 부담하는 경우에도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세종시가 수도법에 의한 수도사업자로서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지위에 있다”고 판시했다.

'수도법 배제', '수도사업자' 지위 등과 관련한 이 같은 판결은 1심 재판부도 의견이 같았다.
관건은 1단계 공사 당시 체결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돗물 공급협약'이었다. 이를 두고 1심과 2심의 판단이 갈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협약을 근거로 “세종시가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했다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1단계 협약(행복청-대전시-LH)에 따라 시행한 공사비용(322억원)을 세종시가 현재까지 대전시에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2단계 공사비용을 원인자부담금 부과 처분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한다는 취지였다.

다시 말해 법령상 세종시가 LH에 부과한 원인자부담금은 문제가 없지만, 과거 ‘잘못된 협약’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협약 내용에 ‘상수도 원인자 부담금을 부과한다’라는 내용이 없다고 해서 세종시가 LH에게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적 견해 표명으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취소했다.

세종시 완벽한 승리로 부담 덜어, LH 빈약한 논리 소송전 빈축

이번 2심 판결로 세종시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다. 행복도시 건설이 국가 주도로 추진되고 있고 LH가 그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기반 시설인 상수도 시설 역시 LH가 부담해야 한다는 시의 명분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려했던 수돗물 값 인상도 막을 수 있어 부담을 덜었다.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용수공급 시설공사 비용 378억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이는 수돗물 값에 반영되어 시민 부담이 가중될 공산이 컸다.

세종시 관계자는 "택지개발을 하게 되면 사업 시행자가 수도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하는 게 원인자부담금"이라며 "행복도시 건설이 국가 주도로 추진되고, LH가 그 사업을 시행함에 따라 기반 시설인 상수도 시설비용 역시 LH가 부담하는 게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LH는 이번 판결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LH관계자는 "행복도시법에 따라 상수도 기간시설은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 또 그간 협약을 통해 사업비 부담 주체를 명시했었다"며 이번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LH측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이달 말까지 대법원에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원인자부담금을 외면하고 빈약한 논리로 법정공방까지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LH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솔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수도시설을 깔게 되는데, 비용은 당연히 LH가 부담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면서 "소송전까지 끌고 가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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