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제노동자의 68%가 최저시급도 못 받아

▲ 1960~70년대 동대문 평화 시장의 봉제 공장 노동자들의 작업 장면 / 사진제공. 우리역사넷
▲ 1960~70년대 동대문 평화 시장의 봉제 공장 노동자들의 작업 장면 / 사진제공. 우리역사넷
 
<성별, 연령별 구성 및 봉제 경력>
   
▲ 자료.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
미싱을 29년 돌려도 월급은 100만원도 못 받는 미싱사들이 절반이나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문시장(대구 중구)과 대구평화시장(대구 동구)에서 일하는 봉제노동자들의 현주소다.
 
<월평균 급여>
   
▲ 자료.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
<월평균 급여액 분포>
   
▲ 자료.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심준섭, 지우)과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대표 박경욱)는 23일 '대구지역 봉제노동자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8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서문시장과 대구평화시장을 중심으로 봉제업체 노동자 112명을 대상으로 급여나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등 기초적인 근로조건을 설문지 배포 방식으로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구지역의 봉제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128만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가 주 5~6일, 하루 평균 8.6시간을 일하고 평균 경력이 29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적은 수준이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최저임금은 1,745,150원이다.
 

'월 평균 임금이 100만원이하'라고 답한 응답자는 50%(54명)에 달했고 '월 평균 임금이 101~150만원'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17%(18명)이었다. '월 평균 임금이 151~199만원'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7%(29명), '월 평균 임금이 200만원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7명)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67%(72명)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 자료.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와 하지 않은 업체의 차이도 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62%(70명)에 달하는 반면 등록된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38%(42명)에 그쳤다. 사업자로 등록된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월 평균 160만원을 받는 반면 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월 평균 임금이 107만원에 그쳤다.


이들 단체는 업체의 사업자 등록 여부에 따른 급여 유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자로 등록된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61%(20명)가 월급제로 임금을 받는다고 답한 반면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7%(5명)에 그쳤다. 반면 객공제(작업한 수량만큼 급여를 지급받는 것)로 급여를 지급받는 경우는 사업자 등록 업체 노동자 12%(4명), 사업자 미등록 업체 노동자 68%(46명)로 크게 차이가 났다.

또 사업자 등록 업체 노동자 중 4대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54%(19명)에 그쳤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도 47%(14명)에 불과했다. 사업자 미등록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4대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없었다.

이들 단체는 "조사결과 대구지역의 봉제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대구시와 고용노동부는 대구지역의 봉제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2015년 서울특별시에서 설립한 서울노동권익센터는 봉제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봉제산업 노동자 건강 안전실태와 작업환경 조사'를 실시해 서울지역 봉제노동자들의 근로실태를 파악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대구지역의 대부분의 봉제노동자들이 긴 시간 동안 일하며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4대보험에 가입한 경우도 드물다"며 "서울시가 2015년에 실태조사를 실시한 만큼, 대구시도 늦었지만 실태조사를 실시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선경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 간사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는 봉제패션업체는 1,391개, 종사자는 6,079명이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사업자 미등록 업체가 많고 노동자가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경우도 있어 실질적인 종사자는 30,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대구시 노동정책과 팀장은 "실태조사는 인력과 예산에 한계가 있어 당장 실시하기는 어렵다.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이 되면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싱'은 일본인들이 재봉틀을 뜻하는 영어 '소잉 머신(Sewing Machine)'의 '머신'만을 '미싱(ミシン)'으로 발음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번 설문조사의 조사대상 중 남성은 40%(44명), 여성은 60%(67명)이었다. 1명은 성별을 기재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57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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