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민들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있는 옛 대한방직 부지. 수년 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람 잘날 없는 곳이 돼버렸다.

대규모 개발이 우선인가, 시민들 공원시설이 우선인가를 놓고 찬반논란이 일기 시작했던 이 곳은 그러나 대규모 개발사업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특혜시비가 끊임없이 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대안인지 '긴급 진단' 3회 중 마지막 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외지기업은 산토끼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잡기가 쉽지 않고 잡았다고 해도 공정이 전자동화로 인력충원효과가 크지 않다. 그럴 바에는 거액의 인센티브까지 줘 가며 외지기업을 유치할 게 아니라 향토기업을 육성하는 편이 더 낫다.”

전북일보는 지난 6월 29일 ‘집토끼 키우는 지혜’란 제목의 칼럼을 내보냈다. ‘오목대’란 칼럼에서 신문은 이른바 '집토끼를 잘 기르는 게 지혜'라는 논리를 강조했다 그러더니 신문사의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주)자광을 슬며시 끄집어 들었다.

칼럼은 후미에서 “전주시의 기업유치상황을 보면 가관”이라며 “지난 2017년 (주)자광이 도심속의 흉물로 되어간 도청 옆 대한방직터를 1,980억 원에 매입, 2조 5,000 억을 들여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 타워 등을 건립할 계획이었다”면서 “이 사업이 끝나면 5,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발생, 전주경제에 결정적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그러나 지금까지 개인의 사유재산을 놓고 전주시가 개발행위를 할 수 있도록 가부간의 결정을 못 내리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서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비춰진 것은 잘못”이라고 나무라듯 지적했다.

더 나아가 “이 문제는 전주시장의 고유권한에 속한 행정행위라서 시장이 소신껏 법대로 처리하면 문제될 게 없다”며 “김승수 시장은 청년일자리 마련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자광의 의욕을 꺾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북일보, 전주시청사 이전부지로 덕진종합경기장 ‘최적지’ 방점, 이유는?

전북일보 6월 18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6월 18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절박함이 가득 묻어나는 내부 칼럼이다. 그러나 전북일보는 이 외에도 여러 차례 전주시청사 이전문제를 거론하면서 (주)자광과 결부시켜 주장해 왔다.

우서 최근에 보도된 내용의 기사와 사설부터 살펴보자.

전주시 새 청사 계획 더 이상 미룰 일 아니다 -6월 18일 사설

낡고 좁은 전주시청사 신축 여부 ‘주목’ -6월 17일 1면

물벼락 소동 전주시청사, 신축 이전 서둘러야 -6월 8일 사설

낡은 전주시청사, 물벼락에 민원인 대피 소동 -6월 5일 5면

한 신문사에서 2주일 동안 공공청사 이전문제를 이토록 집요하게 다루었다. 무슨 큰 문제가 있거나, 신문사와 관련성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다른 언론들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의제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전북일보가 일반기사와 사설에서 이토록 집중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이 신문이 전주시청사 이전 문제에 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뭘까?

특히 스트레이트기사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다음엔 사설에서 바통을 이어 받아 상관조정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을 이룬다. 전주시청사 이전의 타당성을 강조하거나 이전을 강력히 촉구하는 일반기사와 사설의 일관된 주장이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관련 기사들의 성격과 내용, 행간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6월 8일 ‘물벼락 소동 전주시청사, 신축 이전 서둘러야’란 제목의 사설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전북일보 6월 23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6월 23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사설은 일반기사에서 다뤘던 내용을 언급하면서 “노후화에 따른 민원인 불편·안전위험 문제가 거론되면서 신청사 건립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강조한 뒤 시청사 이전 방안까지 제시했다.

사설은 “시청사 이전과 관련해 시의회에서도 그간 수차례 의견을 제시해왔다”면서 “그 가운데 덕진 종합경기장 부지가 타당성·접근성 측면에서 최적지로 꼽혔다”며 그 이유를 조목 조목 제시했다. 그러면서 “신청사 건립문제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며 “지역발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 조속히 매듭짓기 바란다”고 재차 주문했다.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 신문은 전주시청사 이전부지로 전주 덕진 종합경기장 부지를 ‘최적지’라고 방점을 찍었다.

신문은 지난 1월 9일 ‘전주시청사 이전, 백년대계 차원에서 모색하라’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같은 주장과 주문을 했다. 당시 사설은 “전주시청사 이전과 관련 그동안 시의회에서도 여러 의견 제기가 있어왔다”며 “그 가운데 구체적 장소로 금암동 종합경기장 부지에 청사를 신축 이전하는 방안이 주목되었다”고 운을 뗀 뒤 “타당성 측면에서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한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자사의 대주주인 (주)자광을 거론했다.

“마침 옛 대한방직 부지 타워개발사업에 대한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돼 최적의 개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설의 기능 조정을 통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종합경기장 부지에 지으려는 컨벤션센터 등을 대한방직 부지에 집적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발전의 대국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시청의 종합경기장 부지로의 이전과 함께 컨벤션센터 등을 대한방직 부지에 신축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보기 바란다.”

전주시가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가동시켜 공론화를 모으고 있는 바로 그곳을 사설은 지목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곳(옛 대한방직)은 해당 신문사와 연관이 있는 건설회사 부지이자, 대단위 개발을 앞두고 첨예한 논란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곳이란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북일보가 전주시청사 이전에 집요함을 보이는 이유, 이미 신문은 사설에서 그 답을 던져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 전북일보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보도해 온 관련 기사와 사실의 제목들이다.

전주시청 이전 ‘가시권’ -1월 8일 5면

전주시청사 이전, 백년대계 차원에서 모색하라 -1월 9일 사설

'대한방직터' 정쟁도구화 ‘눈살 -4월 6일 1면

전주시청사 이전 공약 놓고 치열한 공방 -4월 6일 4면

전주시청사 이전 문제, 4·15 총선 이슈로 급부상 -4월 7일 5면

낡은 전주시청사, 물벼락에 민원인 대피 소동 -6월 5일 5면

물벼락 소동 전주시청사, 신축 이전 서둘러야 -6월 8일 사설

낡고 좁은 전주시청사 신축 여부 ‘주목’ -6월 17일 1면

전주시 새 청사 계획 더 이상 미룰 일 아니다 -6월 18일 사설

이 대목에서 다른 지역의 언론사 지분을 인수한 뒤 대규모 주택ㆍ레저 사업 등을 벌이다 실패한 부영그룹 사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전북과도 무관하지 않은 건설사인 부영은 지역언론사를 인수하고 제주와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사업을 벌였지만 불협화음으로 지지부진하거나 불발된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부영, 언론사 인수 후 사업다각화 나섰지만 곳곳서 ‘실패’

2018년 5월 24일 '미디어스' 관련기사(홈폐이지 갈무리)
2018년 5월 24일 '미디어스' 관련기사(홈폐이지 갈무리)

먼저 제주의 사례를 보자.

2016년부터 부영이 제주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부영호텔 건립은 지난해 잠정 중단돼 지역경제에 큰 파장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

공사비만 9,179억 원에 달하는 부영호텔 사업은 대포동 중문관광단지 내 주상절리 해안 29만 3,897㎡에 1,330실 규모의 객실을 갖춘 호텔 4개 동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앞서 부영주택은 2006년 12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수했다.

그런 뒤 10년이 지난 2016년 2월 제주도에 부영호텔 관련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부영의 야심찬 계획은 제주도와 주민,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제주도는 개발부지 인근에 국가지정문화재인 주상절리대가 있고, 생태·경관·문화적 가치가 높아 경관 사유화와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개발부지 앞에 위치한 주상절리는 2005년 천연기념물로, 주변 일대는 2009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제주도는 대안을 마련하기까지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부영은 제주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주지방법원에 신청 반려 취소 소송을 청구했지만, 제주지방법원은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영주택은 더 이상의 행정소송으로 도민사회를 괴롭히지 말고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자숙과 반성 대신 소송을 지속한다면 이는 경관 사유화와 주상절리대 파괴를 강행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으며, 이는 곧 도민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그동안 부영그룹은 제주도에서 각종 신사업들을 벌여 왔다. 부영은 2011년 제주 중문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을 인수한 뒤 호텔부영을 개장했다. 또 호텔부영 앞 바다 쪽 부지 3만 2,454㎡에 휴양 콘도, 수영장, 레스토랑 등을 갖춘 지하 2층, 지상 9층 규모의 부영리조트도 운영하고 있다. 부영호텔 부지까지 더하면 주변 일대 53만 5,000㎡가 모두 부영이 개발하는 곳이여서 ‘부영 왕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부영호텔 건립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부영의 큰 계획은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부영은 호텔·레저사업에 이어 면세점사업에도 진출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2015년 1월 제주 시내 면세점 운영을 위한 특허를 신청했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권이 롯데에게 돌아가면서 부영의 큰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유통업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제주 시내 면세점이라는 대형 사업을 품에 안기에는 부영이 역부족이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처럼 다각적인 사업을 무리하게 전개한 배경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부영이 제주에서 대대적인 사업을 펼칠 무렵 한라일보를 인수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제주에 소재한 한라일보는 2016년 12월 30일 이사회를 통해 당시 유병호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을 부영이 인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라일보는 1대 주주 유병호 JPM엔지니어링 회장, 2대 주주 부영, 3대 주주 강동화 제스코마트 대표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부영이 유병호 회장 주식을 모두 넘겨받음에 따라 부영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한라일보 주식의 70~80%를 확보한 것이다. 당시 제주지역 언론들은 "2013년부터 한라일보를 이끌었던 유병호 회장은 29일 퇴임사에서 '부영그룹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고 밝혔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송도 테마파트 개발 사업, 4년째 답보···인천일보 대신 비난 '감수'

인천 송도 테마파크 개발 조감도(부영이 언론에 제공한 조감도))
인천 송도 테마파크 개발 조감도(부영이 언론에 제공한 조감도))

부영은 제주 외에도 인천 송도에서도 테마파크 개발사업을 두고 지자체와 갈등을 빚었다. 송도 테마파크 개발사업은 부영이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49만 9,575㎡(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를 유원지로 개발한다는 대단위 사업 계획이다.

해당 부지는 2008년 토지 소유주인 대우자판이 영상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했으나 2010년 워크아웃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런데 2015년 해당 부지를 3,150억원에 매입한 부영이 테마파크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사업은 재개되는 듯했다. 부영은 테마파크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인접한 동춘동 907번지 일원 약 53만 8,000㎡를 공동주택(약 5,000세대) 등으로 개발하는 도시개발사업의 인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영이 테마파크 조성을 완료하겠다는 약속 기간과 달리 부지매입 이후 4년 넘게 설계도 등 기본 절차마저 이행하지 않아 실시계획인가는 효력을 잃고 말았다. 사업이 중단되고 부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인천시와 시민들은 부영의 무책임한 태도를 따갑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천시는 부영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2017년과 2018년 TF팀까지 구성해 마스터플랜 수립과 실시계획인가 진행을 도왔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도 이처럼 막무가내 식 사업 추진 이면에는 언론사를 소유한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8년 5월 24일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스'는 이와 관련해 “2017년 5월 16일, 부영그룹은 인천일보의 지분 50%를 확보해 1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보도하면서 “부영그룹은 지역 언론 발전을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당시 부영그룹은 인천 송도에 테마파크 건설을 노리고 있었다”며 부영그룹이 대주주인 인천일보의 전과 후를 비교하며 비판했다.

이처럼 인천 송도테마파크 사업은 숱한 논란을 야기하며 부작용이 속출했다. 인천시가 부영그룹의 사업계획 승인을 보류하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탈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부영그룹이 대주주가 되기 이전의 인천일보는 송도테마파크 사업을 거세게 비판한 지역언론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부영을 대주주로 맞이한 이후부터 급격히 논조가 바뀌어 비판기사가 사라졌다.

전주시와 시민공론화위원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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