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종달리서 대형 하우스 시설물 민가 덮쳐...주택 7곳 피해 쇠파이프 천장까지 뚫어

태풍 마이삭의 위력은 대단했다. 제주시 종달리 모 양식장 지붕이 뜯겨져 나가 인근 주택을을 덮쳤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태풍 마이삭의 위력은 대단했다. 제주시 종달리 모 양식장 지붕이 뜯겨져 나가 인근 주택을을 덮쳤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집에 벼락이 떨어진 줄 알았죠. 살다 살다 이런 공포는 처음이에요”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몰고 온 강풍으로 양식장 지붕 철제구조물이 주택으로 날아들어 조용하던 마을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전쟁터로 변했다.

태풍 마이삭이 제주에 최대 근접한 2일 저녁 8시쯤 제주시 주좌읍 종달리 초등학교 주변에 거센 폭풍우가 몰아쳤다.

오후 8시10분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상당수 주택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그 순간 ‘우탕탕’ 굉음과 동시에 쇠파이프가 주변 주택 7채 곳곳으로 날아들었다.

전신주 3개가 꺾이고 주택 지붕이 뚫린 것도 모자라 세월을 견뎌온 돌담까지 와르르 무너졌다. 일부 시설은 주택을 넘어 약 20여m 떨어진 밭까지 날아들었다.

광어 치어를 양식하는 제주시 종달리 모 양식장에서 2일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지붕시설인 쇠파이프 구조물이 통째로 뜯겨져 나갔다. 지붕이 사라져버린 양식장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광어 치어를 양식하는 제주시 종달리 모 양식장에서 2일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지붕시설인 쇠파이프 구조물이 통째로 뜯겨져 나갔다. 지붕이 사라져버린 양식장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시설은 인근 A양식장의 지붕 역할을 한 비닐하우스 쇠파이프 구조물이었다.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전체가 뜯겨져 가면서 주변 민가를 덮쳤다.

단번에 흉기로 변한 쇠파이프는 일부 주택의 지붕까지 뚫었다. 집 유리창에 이어 주차중인 차량들도 쇠파이프에 강타를 당해 졸지에 사고 차량 신세가 됐다.

피해를 당한 박모(40)씨는 “집에 있는데 갑자기 폭음과 함께 천장을 뚫고 쇠파이프가 집 내부로 뚫고 들어왔다. 방에 있던 아이들도 깜짝 놀랐다”며 아찔하고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덕순(67) 할머니는 “잠을 자는데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지붕에 벼락이 떨어진 줄 알았다”며 “너무 무서워 잠 한 숨 자지 못했다.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대형 쇠파이프 구조물이 주택과 마당 전체를 뒤덮은 피해 가구도 있었다. 날이 밝았지만 구조물이 워낙 커 철거작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태풍 마이삭의 강풍에 실려 양식장 지붕 쇠파이프 구조물이 인근 주택 지붕위를 덮친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태풍 마이삭의 강풍에 실려 양식장 지붕 쇠파이프 구조물이 인근 주택 지붕위를 덮친 모습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차량진입이 쉽지 않은 구간이 있어 작업자들은 산소 절단기까지 동원해 쇠파이프 구조물을 일일이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또 다른 피해주민인 현영숙(67) 할머니는 “전기는 복구됐지만 집집마다 피해가 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사람이 크게 안 다친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양식장 대표 A씨는 “피해가 난 시설물은 광어 치어를 키우는 곳이다. 다음달 출하를 앞두고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어젯밤 소식을 듣고 곧바로 현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양식장과 달리 치어 시설은 보험가입이 되지 않는다”며 “우선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고, 피해주민들에 대한 보상에도 나설 것”이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제주시는 해양수산 부서 관계자들을 현장에 보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 중이다. 읍사무소에서 피해 주민들의 주거 상황을 확인해 지원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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