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단독운영, 이젠 장점이 아니라 걸림돌”
찬반논란 여전...국민의힘 “거짓설명, 의혹 밝혀라”

염홍철 전 대전시장. 자료사진.
염홍철 전 대전시장. 자료사진.

대전시가 주도해 온 국제기구인 세계과학도시연합(WTA)을 스스로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합리적인 결단”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WTA 22년 역사에서 8년이나 회장을 맡았던 염 전 시장이 해체와 관련한 찬반논란 상황에서 ‘해체’쪽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4일 염 전 시장은 지역 일간신문 연재 글과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대전시가 WTA 해체 수순을 밟고 있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냉정히 생각한다면 이 결정은 합리적인 결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WTA 회장을 8년 간 역임한 사람으로서 자기부정일수도 있지만, 이 시점에서 발전적 해체를 하는 것은 매몰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국제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운영이 잘되는 국제기구들의 공통점은 회원들이 지분을 가지고 기구 운영과 사업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데 반해, WTA의 경우는 대전이 오너십을 가지고 단독 운영해 온 것이 이제 와서는 장점이 아니라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 전 시장은 또 “사무국에서 회의 주제를 비롯해 모든 것을 정하고 회원 도시들은 수동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회의 참여의 동기 부여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뿐만 아니라 세계과학도시의 공동발전이라는 목표가 추상적이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적 사업이 미흡해 회원 도시의 실익을 담보할 수 있는 기능이 약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염홍철 전 시장은 “안정된 국제기구인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네트워크를 활용해 ‘과학기술’이라는 특장을 일부 회원 도시와 공유할 수 있는 ‘과학포럼’ 창립 등 구체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대전시는 지난 7일 “기능이 쇠퇴해진 WTA를 새롭게 재탄생시키기 위해 세계지방정부연합(UCLG)과 손을 잡고 새로운 국제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UCLG 이사회에서 운영 중인 12개 분과위원회에 ‘과학위원회’를 추가 신설하고, 주요사업과 어젠다를 다룰 워킹그룹과 시장단 회의를 구성하고 ‘글로벌 과학포럼’을 창립하자는 제안을 해 놓은 상태라는 것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WTA는 발전적으로 해체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2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점차 줄어들었고, 연회비제도 부활에 따른 부담으로 일부 회원들의 탈회 신청이 이어졌으며 대전시 재정부담과 감사기관 지적, 시의회의 해산검토 요구 등이 잇따르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후 찬반논란이 불붙었다. 대전시가 22년간 의장도시도 주도해 온 국제기구를 충분한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해체시키는 것 아니냐는 절차상 문제, 대전의 과학도시 상징성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아니냐는 우려 등이 반대주장의 주된 논리였다.

정치쟁점으로도 부상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공식적으로 대전시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14일에도 논평을 통해 “WTA 해체 이유에 대한 대전시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과 의혹에 대해 명백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며 “대전시 설명만 믿고 대전시민이 WTA해체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도록 거짓을 계획한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허태정 시장은 정무부시장을 과학부시장으로 바꾸면서까지 과학을 중요시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며 “대전시와 대전시장이 취하는 태도와 설명에는 도대체 일관성도 없고, 앞뒤도 없다”고 지적했다. 과학도시 중요성 때문에 정무부시장 역할을 과학부시장으로 변경하면서, 대전시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과학도시연합’을 해체시키는 것은 모순된 결정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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