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대선을 한달 앞둔 미국 정치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 때문에 사실상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TV토론은 조롱과 증오가 난무하는 사상 최악의 토론회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70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수도 20만명을 넘겼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코로나19가 관리되지 않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무릇 '난세에는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있는 데, 요즘 미국을 보면 그 말이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경제 위기, 진영 싸움, 인종 갈등 등으로 국가가 심각한 위기 국면인데도 정작 이를 극복할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건국이래 위기 때마다 위대한 지도자와 리더십으로 이를 극복해왔다. 독립전쟁 시기에는 조지 워싱턴이 있었고, 남북 갈등 시기에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나서 국가 분열을 막았다. 대공황 시기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있었고, 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이 나왔다. 대서양 건너 신생 독립국이던 미국이 건국 200여년만에 세계 1등 국가로 우뚝 선 것은 바로 이들의 리더십에 힘입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심각한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세계 최고의 경제력을 갖고도 국내외 정치 현안들에 무기력한 모습이다. 국내정치는 최악의 진영대결로 치닫고 있고,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존재감은 갈수록 왜소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국 조차 미국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미디로 국제정치에서 '영(令)'이 서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위기의 진원지는 리더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미 파산지경인데, 이를 대체할 리더십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민은 누구의 말을 따라야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트럼프의 리더십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바닥을 친 상황이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무시한 그가 결국 확진자가 된 것은 리더십 파산의 상징으로 보여진다. 그는 미국을 진영 싸움으로 몰아가 증오의 정치를 몰고왔다. 국제정치에서도 협력과 대화에 기반한 다자주의를 외면하고 대립과 갈등의 일방주의 노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국제연대를 외면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이다. 중국에 대한 공격으로 일관하는 그의 국제정치는 새로운 위기를 몰고 왔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국제위기에 세계는 협력 대신 각자 도생의 길을 걷고 있고, 환경과 경제, 빈곤 문제 등에서의 협력도 뒷걸음질 하고 있다.

트럼프는 늘 가상적을 두고 '워 게임'하듯이 국정을 운영해 파당적 이익을 취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로 인해 미국은 건국이래 최악의 분열상태에 직면했다. 이념과 인종의 갈등은 폭발직전의 모습이다.

그러면 조 바이든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그는 트럼프로 인해 훼손된 미국의 리더십을 되살릴 인물인가? 이같은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번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트럼프와 별반 차이없는 모습을 보였다. 비전과 정책으로 차별화하기는 커녕 트럼프와 말싸움을 벌이는 그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고령으로 인한 판단력의 문제와 불륜 스캔들, 아들의 마약 복용 문제 등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분열된 미국이 하나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국제정치의 안정을 이끌어야할 미국이 불안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미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 찍힌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도 파산지경이지만, 조 바이든의 리더십도 별반 나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달 대선에서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제정치의 풍랑은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이제 미국의 리더십 위기를 대체할 국제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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