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세월 뛰어넘은 4.3정신 계승, ‘학교 교육의 힘’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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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세월 뛰어넘은 4.3정신 계승, ‘학교 교육의 힘’ 증명했다
  • 제주의소리=박성우 기자
  • 승인 2020.10.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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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4.3교육발전방안 포럼 개최..."4.3교육 내면화-전국화 확산"
12일 오후 4시 제주도교육청 책마루에서 열린 '4.3평화·인권교육 발전 방안 포럼'.
12일 오후 4시 제주도교육청 책마루에서 열린 '4.3평화·인권교육 발전 방안 포럼'.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이 발발한지 72년, 억겁의 세월이 지나 참혹한 시대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세대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4.3의 평화정신만큼은 다음 세대에 오롯이 계승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교육의 힘'이 있었던 것으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12일 오후 4시 제주도교육청 1층 책마루에서 '4.3평화·인권교육 발전 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한국사 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4.3교육의 내면화·전국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제주도교육청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 됐다.

고동환 카이스트 인문사회융합과학대학 학장의 사회로, 도면회 대전대학교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와 제주 4.3교육의 발전 방안'으로, 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이 '4.3기억의 세대전승 및 교육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어 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 소장과 조한준 창현고등학교 교사, 송시우 제주고등학교 교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2020년 적용되는 한국사 교과서를 활용해 4.3의 기억을 바르게 전승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 2020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제주도교육청이 용역을 통해 마련한 '4.3집필기준'이 반영됐다. 단순 제주4.3 뿐만 아니라 8.15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 과정을 거치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학습요소가 반영됐다.

◇ 제주 학생 84.6% '4.3 인지'...81.7% '선생님 통해'

제주4.3의 정신을 미래 세대에 전승하는 해답은 결국 '교육'에 있었다. 제주의 학생들은 72년 전 발발했던 4.3을 비교적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학교 교육을 통해 제주4.3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론은 현혜경 책임연구원(제주연구원)과 김석윤(제주공공정책연구소 나눔), 김은정(제주연구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제주4.3 기억의 세대 계승 및 교육'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도출됐다.

이 조사는 제주도내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제주도내 30개교 6486명의 재학생 중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학급당 약 25명 내외의 학생들이 조사에 응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응답자들이 84.6%가 제주4.3을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7.1%는 초등학교 시절에 4.3을 진지하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학생 81.7%는 '4.3을 학교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답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 이뤄진 4.3평화인권교육이 4.3 인지 및 이해도 확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확인된 결과다.

4.3의 성격에 대해서는 71.6%의 학생들이 '양민학살'로 답변했고, 민중항쟁(10.9%), 민주화운동(9.5%)이 뒤를 이었다. 이 또한 학교 교육의 영향이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4.3에 대한 정보매체와 영향 정도를 분석한 조사에서도 학교 교육의 경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그외 기념관 및 역사현장 방문 등의 영향이 컸다고 조사됐고, 가족 및 제사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69.5%는 4.3사건 직접 경험자를 접촉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문화적 기억에 의해 4.3을 계승했다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4.3사건 직접 경험자와 접촉한 학생의 경우 주로 본인의 선조와 행사장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를 주도한 현혜경 연구원은 "4.3교육은 정책 및 환경의 변화로 인해 학교교육으로 일원화되는 추세"라며 "학교 교육은 이해 중심 자료로 교육 주체별 교육방식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교사의 의지와 연수가 필요함은 물론, 체험 중심으로 4.3을 전할 수 있는 교수법이 필요하다"며 "미래지향적 교육가치 발굴과 4.3교육의 방향을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도면회 교수 "4.3교육 발전 위해 개념-명칭 새롭게 정의돼야"

비상교육 '한국사' 대표 집필자인 도면회 대전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와 제주 4.3교육의 발전 방안' 발표를 통해 각 출판사마다 4.3에 대한 설명이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했다. 4.3은 아직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관련법을 개정하고, 4.3진상보고서를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도 교수는 "박근혜 정권기인 2015년부터 편찬되기 시작해 2017년 3월 1일자로 발간된 국정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성립으로 폐기됐다. 이후 2019년 검정 과정을 거쳐 올해 2020년부터 새로운 교과서가 발간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전제했다.

그는 각 출판사의 교과서를 분석하며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경우 6개의 출판사의 6종이 사용되고 있는데,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4년에 검정을 받은 교과서에 비해서도 제주4.3의 서술이 양적으로도 줄어들었고 질적으로도 떨어졌다. 2개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4.3을 대체로 한 문단 또는 한 문장으로 서술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에는 제주4.3사건이 학습 요소 중의 하나로 지정돼 있어 현행 8종 교과서 모두 이 사건을 서술했으며, 평균 1쪽 이상을 할애했다"며 "박근혜 정권 시기의 2011년 교육과정에 의한 8종 교과서 평균 서술 분랴이 4분의 1쪽임에 비하면 대단히 큰 변화고, 현행 중학교 교과서에 비해서도 매우 큰 비중"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도 교수는 4.3 교육의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을 꼽았다.

그는 "제주4.3사건이라는 명칭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4월 3일의 봉기는 1947년 3.1절 기념대회 이수 진행된 경찰-군대-우익청년단의 백색테러에 대한 무장봉기였다. 그 이후의 무차별 폭력과 학살에 대한 저항 역시 민중적 자위로 볼 수 있다"며 "이 무장봉기는 1980년의 광주에서와 같이 불법적인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4.3의 개념 정의에 대해서도 "4.3특별법 상에는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규정됐는데. 무력 충돌은 마치 대등한 무력을 갖춘 폭력 집단의 충돌을 연상하게 하는 용어"라며 "500명도 안되고 기관총도, 최신 소총도 없는 무장대와 비행기, 기관총, 야포 등 최신 정예 무기를 지닌 군대와 경찰을 대등하게 볼 수 없다. 정당한 명칭이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 교수는 "2003년 4.3진상보고서는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작성됐으며, 4.3사건 전체에 대한 성격이나 역사적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며 "특별법 개정안을 관철시키고, 최근 개정된 4.3보고서를 다시 개정할 수 있도록 진상조사를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4.3교육의 내용은 최종적으로 그에 따라 변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12일 오후 4시 제주도교육청 책마루에서 열린 '4.3평화·인권교육 발전 방안 포럼'.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됐다.
12일 오후 4시 제주도교육청 책마루에서 열린 '4.3평화·인권교육 발전 방안 포럼'.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됐다.

◇ 박찬식 전 소장 "4.3 과거 사실 적극적 서술 필요 공감"

검인정 역사교과서 4.3집필기준 개발연구를 함께 수행한 박찬식 전 제주4.3연구소장은 "역사 교과서가 국민 대중에게 미치는 그 영향은 지대하다. 교과서를 공부하고 자란 청소년들은 그 서술 내용을 통해 역사적 인식의 큰틀을 형성하게 된다"며 "검인정 역사 교과서에 서술된 4.3의 진실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역사 교육과정을 통해서 4.3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전 소장은 "검인정 역사 교과서에 반영 서술된 4.3의 내용을 통해 4.3은 전국화・보편화 되는 것이며, 4.3이 국가사와 민족사, 더 나아가 세계사적 사건으로 승화되기도 하는 것"이라며 "역사 교과서가 역사 인식의 보편화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박 전 소장은 "4.3의 해결 과정에서 제주공동체가 과거 4.3의 양 극단을 극복하고 화합과 상생의 미래지향 가치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 주변의 평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아마 이런 해결 과정이 한국사 교과서에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 교수의 지적대로 역사 교과서이기 때문에 후대 해결 과정보다 4.3의 과거 사실에 대한 더 적극적인 진실 서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개될 4.3특별법 개정 과정과 법 집행 결과가 4.3에 대한 역사 교과서 서술 및 국민의 4.3 인식 보편화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한다. 개정된 특별법에 따라 배상・보상이 결정된다면 4.3 희생자에 대한 공식 위상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고, 4.3 희생자는 국가가 공인한 ‘무고한 희생’ 을 넘어서는 새로운 의미의 희생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제 4.3은 제주도내에서 일어난 단순한 사건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식민지 해방, 세계적 냉전, 한반도 분단이 빚어낸 세계적 사건"이라며 "앞으로 4.3특별법 개정과 지속적이고 치열한 역사적 탐구 과정에서 4.3의 명명 작업은 진전될 것이다. 향후 냉전 해소와 남북통일, 남남화합의 과정에서 4.3의 명명과 진정한 명예 회복, 역사적 복권은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 "4.3평화교육 교재-콘텐츠 보급 필요"..."교수법 전달 선행돼야"

교육 현장 일선의 교사들로부터도 4.3교육에 대한 제언이 잇따랐다.

4.3집필기준 연구용역에 참여한 조한준 창현고등학교 교사는 "타 시도 지역 학생들의 경우 중고등학교의 역사교과서 서술과 수업을 통해 제주4.3을 처음으로 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학교 교육과 교사의 영향력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 4.3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학교급별 4.3평화·인권교육 교재 보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기존 다큐멘터리 영상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좀 더 가볍게 다가설 수 있는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도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량의 동영상 및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교사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튜브를 통해 탑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 교사는 "역사학습의 궁긍적 목적은 과거에 대한 이해를 통해 현재를 바로 인식하고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하는 역사적 능력을 함양하는 데 있다"며 "4.3교육은 국가폭력의 재발 방지, 혹은 인권 존중의 인식 제고 등을 염두에 두면서 평화인권교육으로 확산시키고 전국화 해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송시우 제주고등학교 교사는 교사에 대한 연수·교육과 교수법을 전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 교사는 "교육청은 매년 학교당 3명의 관리자,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4.3평화교육 연찬회를 개최해 2시간에 걸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교원을 대상으로 15시간의 직무연수를 실시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4.3을 알고 교육한다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송 교사는 "교원연수를 교양과정에서 벗어나 기초, 기본, 심화의 과정을 거쳐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보다 세분화하고 심층적인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 연수의 형식도 교수급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식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교사들 스스로 접근하며 학교 현장에 적용 가능한 교수학습 과정안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실전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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