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간' 잔인한 택배일터…"온종일 헉헉대다 보면 '과로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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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간' 잔인한 택배일터…"온종일 헉헉대다 보면 '과로사' 공포"
  • 한국뉴스연합 온라인팀
  • 승인 2020.10.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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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벽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물류단지에 배송분류를 기다리는 물건들이 쌓여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배달을 다 마치면 밤 12시가 넘곤 합니다. 말 그대로 ‘과로’죠."

23일 새벽 6시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시간. 서울 도심 한 가운데 밝은 조명과 사람들의 땀방울이 가득 찬 곳이 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물류단지. 전국에서 배송된 물건이 집결하는 장소다.

최근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혹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교차가 큰 요즘, 새벽시간이면 쌀쌀한 날씨에 몸을 움츠리게 되지만,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상의를 벗거나 반소매 차림으로 굵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상하차 작업'을 하는 20대 남성 김모씨와 박모씨다. 상하차 작업자는 오후 6시30분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6시30분까지 전국에서 배송된 물건을 지역별로 분류한다.

이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된다고 밝힌 두 사람은 12시간에 달하는 작업을 마치고 퇴근길에 나섰다.

나란히 담배를 태우던 두 사람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함께 땀 흘리며 작업한 동료들과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 피로가 풀린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30대 전모씨 역시 "힘들긴 해도 사람사는 맛이 나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작업이 마무리 될 때 쯤 택배기사들의 차량행렬이 시작됐다. 상하차작업을 마친 물건을 배송차량에 실어 '배달'하기 위해서다.

택배기사들은 보통 새벽 7시에 출근해 상하차 작업자가 미리 지역별로 분류한 물건을 동별로 다시 분류한다. 기사들은 이 작업을 '까대기'라고 부르는데, 물량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작업시간은 통상 4~5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을 꼬박 작업해야 하는 것이다.

경력 5년차의 택배기사로 서초동 일대 배송을 맡고 있는 박모씨(30대)는 "분류작업에만 4~5시간이 걸린다. 작업을 다 마치면 오전이 다 지나간다. 오후가 돼서야 진짜 배송업무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50개를 배송하는 박씨는 일을 다 마치면 오후 7시간 넘는다고 했다. 노동시간만 12시간에 이르는 것이다.

 

 

 

 

 

 

 

23일 새벽 서울 송파구 물류단지에서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택배 물건들.

 

 


물량이 많을 때는 하루 2차례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경력 1년차의 이모씨(20대)는 배송물량이 300~400개에 이른다. 그래서 까대기작업을 하루 2차례 한다. 오전에는 사무실을 중심으로 배송을 마치고, 다시 물류센터로 들어와 가정으로 배송될 물건을 차에 싣고 배달에 나선다.

이씨는 "사무실은 오후 6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먼저 배송을 한다. 가정으로 가는 배송은 다시 물류센터에서 작업을 한 뒤 오후 늦게 시작하는데, 배송을 다 마치고 나면 밤 10시가 넘는다. 집에 도착하면 12시가 될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이 넘게 허리를 수없이 굽혔다 펴야하는 '분류작업', 도심 곳곳을 누비는 '운전',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작업을 하다보면 노동강도는 두배, 세배 크기로 다가온다.

이들에게 최근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 택배노동자 이야기는 먼 얘기가 아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이지만, 동료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박씨는 "택배기사의 죽음 기사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애도했다. 그는 특히 한진택배 소속 기사가 남긴 메시지를 두고 "물량이 많아 힘들어하는 카톡 내용을 기사로 봤다. 배송노동 강도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이씨는 "사실, 택배기사들의 죽음 소식에 가족과 친구들의 걱정이 더 많다. ‘왜 젊어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며 ‘그만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며 주변의 걱정을 전했다.

50대의 한 택배기사 역시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다. 생계문제가 있다보니 열심히 일하는 데 집중했는데, 요즘은 조금씩 내 생활을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분류작업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하차→물건분류→배달 순으로 이루어지는데, 상하차와 분류작업을 일찍 마칠수록 배송도 빨리 마칠 수 있어 근무시간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수익은 배달 '수수료'에서 발생하는데, 수익과 아무 상관없는 분류작업에 하루 4~5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현실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날 CJ대한통운이 택배분류작업에 4000명을 투입하겠다고 한 발표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택배업계 1위 대한통운이 앞장선다면 전체 업계에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란 기대다.

임금이 발생하지 않는 분류작업에 대한 노동인정이 우선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각 대리점 대상 산재보험 가입권고'를 두고는 사측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비자의 관심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택배기사 임모씨는 "많은 분들이 우호적으로 우리를 대하지만, 일부에서는 전화로 재촉을 하거나, 조금만 늦어도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배송동선이 정해져 있어 항의전화가 와도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 이 부분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 새벽 서울 송파구 물류센터에 택배 배송 물건을 싣기 위한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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