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감'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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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통령감'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
  • 디트뉴스24=류재민 기자
  • 승인 2020.11.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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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톡톡: 마흔 여섯 번째 이야기] 누가 왕이 될 상인가?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에 나온 대사다. 관상(觀相)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운명이나 성질을 판단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외모로 운명을 판단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차기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조석으로 바뀌는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대선은 아직 먼 얘기다. 다만,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대선 전초전 성격이라면 체감의 정도는 달라진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차기 대권(大權) 후보로 거론된다. 1년 남짓 사이 이들을 뛰어넘는 ‘인물’이 나올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 중 한명이 차기 대권을 거머쥘 확률은 높아진다.

문제는 국민들이 정치를 대하는 의식과 수준에 있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차기 대통령 감이 없다’고 한 응답률이 앞서 열거한 ‘후보군’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과 정치권은 윤석열 총장이 대선주자 후보 중 1위를 했다고 야단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의 영역이 국민들 삶에서 벗어나 있다는 건 모순이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 아직도 국민들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3년 전,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민주당 정부를 세웠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지난 4월 총선에선 거여(巨與)의 지위를 얻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정부 여당이 표방하는 ‘공정과 정의’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에 국민들 삶은 더 팍팍해졌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과 지역균형 뉴딜을 경제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 초기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50년 전 오늘,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청년 재단사가 근로기준법 책을 쥐고 분신했다. 현 정부는 그에게 1등급 훈장을 수여했다. 그가 몸을 불사르고 죽어가며 바랐던 건 훈장이 아니었다. 반백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인권과 노동의 가치는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더 벌어졌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던 20대 청년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고, 입주민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한 아파트 경비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다.

아홉 살 초등학생은 계모 학대에 여행가방 속에 갇혀 있다 질식해 숨졌고,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형과 라면을 끓여먹다 불이 나 죽은 아이도 있다.

주거의 문제는 또 어떠한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치솟는 집값이 지방까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부정여론은 최고치를 찍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대립은 사법체계와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말을 목전에 둔 2020년 대한민국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21대 국회까지 만들어진 '법'이 얼마나 많은데, 국민들 삶은 도돌이표인가.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 주요 이슈는 다시 ‘먹고 사는’ 문제일 것이다. 국민들 앞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관상이나 인기영합으로 권력을 움켜쥐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왕이 될 상이 누구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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