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죽음 헛되이 말라" 50년전 전태일 곁 친구, 여전히 노동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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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음 헛되이 말라" 50년전 전태일 곁 친구, 여전히 노동운동가
  • 한국뉴스연합 온라인팀
  • 승인 2020.11.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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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0주기 비정규직의 약속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전 열사를 추모하고 있다.

 

 

"첫 인상은 매우 단정하고 부드러운 청년의 이미지였습니다. 아주 예의 바르고 다정다감한 좋은 친구로 느껴졌습니다. 전태일이 저보다 한 달 형이죠."

고(故) 전태일 열사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노동운동 동지이기도 했던 임현재씨(72)가 입을 열었다.

13일 전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린 가운데, 임씨도 추도식이 끝나고서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 응할 수 있었다.

임씨는 전 열사의 분신에 대해 "큰 충격이었다. 한참은 아주 실감이 안 났다. 마치 내가 친구를 어디에다 밀어 넣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라고 전했다.

임씨는 50년 전 전 열사와 평화시장 근로실태를 조사하고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함께 노동운동을 했다. 그는 "처음에는 노동청에서 '당신들은 모범청년이다 표창도 하겠다'라며 잔뜩 치켜세우더니 전혀 진척이 없어서 다시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노동청에서는 '우리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고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다, 앞으로 차츰차츰 하는 일 밖에 없다'라고 말해서 전태일이 크게 낙담했었다"고 덧붙였다.

그 이후 방법을 모색하다가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있으되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의 화형식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불에 태우기로 했지만 결국 전 열사는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분신했다.

당시 전 열사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쳤다. 임씨와 전 열사의 만남부터 전 열사의 죽음까지 모두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0년에 일어난 일이다.

임씨가 위원장을 맡았던 청계피복노조는 전 열사의 죽음 속에서 태어났다. 전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씨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오라고 노동청 등 당국과 평화시장 사장들에게 요구했다.

이씨는 그렇지 않으면 장례를 치르지 않겠노라고 버텼다. 이씨는 아들이 내건 8개 요구사항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장례를 치렀다. 그 중 하나가 '노동조합 결성 적극 지원'이었다. 전 열사 분신 이후 보름이 지나고 청계피복노동조합이 탄생했다.

 

 

 

 

 

 

 

 

13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묘지에서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전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지를 묻자 임씨는 "대부분 노동자들이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이해하고 지지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점이 많다"고 답했다.

이어 "일부 계층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등 여러 가지 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빈부격차는 오히려 더 커지고 근로기준법을 회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엄청나게 많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임씨는 현재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보험설계사 역시 말은 '대리점'이라는 명목이 있지만 모든 것은 회사에서 결정하지 않나. 특수고용 형태는 착취의 수단이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임씨는 전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 현장에서 노동권 교육을 실시하고, 그 다음으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씨는 "법도 중요하긴 하지만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해서 자신의 근로조건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날인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 열사에게 국민훈장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라고 했다.

임씨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임씨는 "이것은 전태일에게 주는 상이지만 노동을 통해서도 애국·애족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 과정에 있다는 뜻으로 보고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전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한 행사들이 열렸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전 열사 묘역 앞에서 추모식과 함께 결의대회가 열렸다.

오후 2시 서울 중구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모여 일터에서 숨진 비정규직 50인의 영정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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