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신문·방송 톺아보기] 2020년 11월 17일(화)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지난 13일, 전북지역 한 근로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마스크 착용에도 작업 후 까매진 얼굴이 언론과 SNS에 공개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최해령(32) 씨가 그 사진의 주인공이다. 최 씨는 열악한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을 서울의 일부 언론에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크게 주목받는 인물과 사업장이 됐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외주(하청)업체들의 열악한 근무상황과 문제점들이 연일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전북지역언론이 아닌 서울언론들에 의해 집중 조명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현대자동차 외주업체들의 안전교육과 건강검진 등이 생략되었다는 주장들이 언론에 부각되자 당국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는 속보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주시청사 이전 문제를 놓고 전주시의회 의원들 간에 찬반 논쟁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전북지역 일간지들은 지나치게 한쪽 목소리만을 부각시켜 보도함으로써 지면을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활용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11월 17일 화요일, 사회적 파장이 큰 노동계 이슈와 논란이 첨예한 전주시청사 이전 문제 등 쟁점 의제들을 톺아본다.

'탄광 속 자하갱도' 같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하청업체 작업환경, 연일 조명

최해령 씨(사진= 금속노조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최해령 씨(사진= 금속노조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제공)

"기침은 매일 달고 살아요. 퇴근 후 집에서도 눈과 코에서 까만 물이 나오고요"

지난 13일 한국일보는 ‘마스크 썼어도 까매진 얼굴…"퇴근 후 눈·코에서 까만 물만 흘러나와"’란 제목의 기사에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사내하청업체 직원들의 새까만 얼굴 사진과 인터뷰 내용을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특히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최해령 씨의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돼 시선을 끌었다. 성능이 좋지 않은 마스크를 쓰고 일한 까닭에 얼굴이 분진으로 뒤덮여 있는 그의 사진을 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가 제공한 것이다.

이날 한겨레도 “마스크 써도 새까매진 얼굴 고 김용균, 남 일 같지 않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사내 하청업체 마스터시스템에서 일하는 최해령 씨의 사진과 전화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2020년을 사는 ‘전태일’‘이라는 제목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유튜브 화면(캡쳐)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유튜브 화면(캡쳐)

 

이어 16일 KBS1라디오 아침 시사프로그램인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는 또 다른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하청업체 마스터시스템 직원을 전화 인터뷰로 연결해 실상을 공개했다.

이날 방송은 "인터뷰 당사자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한다"고 밝힌 뒤 얼굴이 분진으로 뒤덮인 해당 사진에 대해 인터뷰이는 “작업장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의 모습"이라며 "이런 사진을 찍어 고생하는 모습을 원청에 보여줘야 나중에 계약할 때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찍었다”고 사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독면을 쓰고 일해봤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앞이 안 보이고 눈에 분진이 껴서 닦기 힘들다”며 “1~3시간을 그 안에서 작업하는데 의사소통도 해야 하니 분진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좋은 마스크를 써도 분진이 들어오긴 하지만 이전에는 일급방진 3M 마스크를 지급했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사측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며 저가형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도 그는 밝혔다. 그는 “보안경을 쓰고 일하는데 성에가 껴서 한 번씩 닦아내다 보면 눈 주위에도 까매지게 된다”며 “작업복은 하계, 동계 2벌씩만 지급되고 있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논란 이후 노동부 현장감사가 이뤄졌다”고 말하는 그는 “노동감독관이 말하기를 '마스크를 쓰고 말고를 떠나 작업 환경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보면 '현대자동차'라며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작업 환경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특수건강검진을 포함한 요구안을 들고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매일 7시간 50분에 달하는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13일에는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 조합원들도 함께 현대차 전주공장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많은 지역언론들, 특히 신문들의 지면에서는 이러한 모습과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전주MBC가 이 문제를 지난 13일과 16일 연속 보도해 관심을 촉구했을 뿐, 지역신문들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자동차를 상징하는 프로축구와 광고가 간간히 지면에 보일 뿐이다.

전북도청 노동자의 단식 30일째 투쟁, 왜?

전북도청에서 노동자가 한 달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제공)출처 : 전북의소리(http://www.jbsori.com)
전북도청에서 노동자가 한 달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제공)

 

또 다른 노동문제가 전북도청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북도청의 한 노동자가 “송하진 지사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단식 30일째를 맞고 있다. 지난 10월 19일 단식을 시작해 오늘(17일)로 꼬박 30일째를 맞는다.

그런데도 전북도청은 노동자의 외침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는 16일 성명을 내고 “문제의 발단은 정규직 전환 이후 도청 시설․미화 노동자들의 임금과 정년이 하락하고 노동조합 활동이 보장되지 않게 된 데 있다”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 5월 15일 송하진 도지사와 민주노총전북본부 노병섭 본부장의 면담이 이루어졌고, 송하진 지사는 이 면담에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저하된 임금 원상회복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의 내용을 약속했지만 말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명은 “도지사의 약속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임금, 노동조합 인정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라북도는 약속 불이행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보란 듯이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중”이라고 밝히면서 “송하진 지사는 단식 30일째를 맞는 노동자의 호소에 즉각 답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북도는 물론 지역언론들조차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전주시청사 이전 주장만 크게 부각시켜 보도한 전북일보, 속내는?

전민일보 11월 17일 7면
전민일보 11월 17일 7면

16일 제376회 정례회가 열린 전주시의회에서는 시정 전반에 대한 5분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이날 발언한 의원들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가나다 순)

강승원 의원(덕진․팔복․조촌․동산동) : “법원과 검찰청 이전 부지활용방안을 놓고 전주시와 법무부, LH 등이 서로 확연히 다른 입장을 고수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동헌 의원(삼천1·2·3동) : “현재 설치된 LED 점자 블록은 한 장당 가격이 일반 점자블록보다 10배 가량 비싼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불도 들어오지 않는 등 문제가 있는 만큼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김윤철 의원(풍남․노송․인후3동) : “과거 도청사 이전으로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데 명분과 실리도 없는 시청사 이전논의는 소모적 논쟁에 불과한 만큼 이전 불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양영환 의원(동서학․서서학․평화1·2동) : “75만 명의 서명을 받은 전주특례시 지정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지역정치권은 여전히 무관심한 작태롤 보이고 있는 만큼 전주시장은 민주당론 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남숙 의원(동서학․서서학․평화1·2동) : "효 문화정책 재정립과 활성화를 위해 세대통합 방식의 장려와 효 문화에 대한 제도적 정비, 효 문화 지원센터 설치 등을 적극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미숙 의원(효자4동) : “전주시 발전을 위해 종합경기장 부지로 시청사를, 시청사에는 완산경찰서를 각각 이전하고 옛 대한방직터는 컨벤션과 호텔, 백화점 등으로 활용하는 트라이앵글 뉴딜을 제안한다.”

전북일보 11월 17일 인터넷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11월 17일 인터넷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6명의 시의원들이 5분 발언을 했지만 언론사들은 시청사 이전문제를 거론한 이미숙 의원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다. 특히 전북일보는 이 문제를 17일 1면에 부각시켜 보도했다.

“전주종합경기장·대한방직터·법원 이전부지 등 장기간 방치되다 가까스로 활용방향을 찾은 도심권 부지개발 문제를 비롯, 전주시청사 이전 논의 등 전주시 최대 현안들이 지루한 찬반논쟁만 거듭하면서 차일피일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기사는 이미숙 전주시의원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기사는 "이미숙 의원은 전주시의회 정례회에서 ‘전주시청사와 종합경기장, 대한방직터를 연계해 개발하는 ‘전주형 트라이앵글 뉴딜’을 통해 새로운 전주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큼지막하게 편집했다.

신문은 또 기사에서 “종합경기장에 전주시청사가 들어서는 대신 본래 계획됐던 컨벤션, 호텔, 백화점 등 상업문화시설을 대한방직터에 조성하면 시민들이 요구하는 대규모 숲과 상업문화시설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예산문제는 대한방직터 복합용도개발로 인한 개발 이익금을 사전 정산해 전주시 청사 건립비용으로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날, 같은 시의회에서 반대 의견을 한 김윤철 의원의 발언은 지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전북일보 대주주인 (주)자광이 대규모 복합개발을 추진하려는 옛 대한방직 부지에 대한 활용 방안을 놓고 시민공론화 작업이 현재 혈세를 들여가며 진행 중이다.

그런데 하필 한 시의원의 주장을 마치 전체 여론으로 과대 해석하며 포장해 보도하는 태도가 과연 공정하고 올바른 언론인지 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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