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제주로 주말농장? 농지 허점 노린 ‘가짜농부’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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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제주로 주말농장? 농지 허점 노린 ‘가짜농부’ 공무원들
  • 제주의소리=김정호 기자
  • 승인 2020.11.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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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주말‧체험영농 1000㎡ 미만 농지 취득 가능...법인, 쪼개기로 되팔기 수법 ‘적발 한계’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이 가짜 주말농장을 내세워 제주에서 농지를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적 허점과 단속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농지법 위반과 방조 등의 혐의로 공무원 10명과 법인 12곳의 관계자 17명, 일반인 178명 등 205명을 검거해 최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2015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4년에 걸쳐 이들이 제주에서 거래한 농지는 8만232㎡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10개 면적에 이르는 규모다.

이중 눈에 띄는 부분은 주말‧영농체험을 목적으로 한 농지 취득이다.

농지법 제6조(농지 소유 제한)에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 소유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16개 예외 조항이 있다. 이 중 하나가 주말‧체험영농이다. 법률상 주말‧체험농장은 농업인이 아닌 개인이 주말 등을 이용해 취미로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재배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농지법 제7조(농지 소유 상한)에 따라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사람은 1000㎡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이 경우 면적 계산은 그 세대원 전부가 소유하는 총 면적으로 정한다.

이처럼 예외조항을 이용해 주말‧체험영농을 한다며 제주 농지를 사들이는 다른 지역 거주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주말‧체험영농은 제주 거주와 관계없이 사실상 누구나 매입할 수 있다.

실제 서울에 거주하는 6급 공무원 A씨는 2018년 9월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농지 55㎡를 6600만원에 사들여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 받았지만 주말‧체험영농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가짜 농부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농지를 사들여 방치하거나 재임대했다. 매수자의 상당수는 경매를 이용하거나 제주에 주소를 둔 농업회사 법인을 통해 땅을 사고팔았다.

B법인의 경우 2018년 5월 서귀포시 표선면의 농지 1725㎡를 21억6000만원에 사들여 이른바 쪼개기 작업을 거쳐 그해 10월까지 97명에게 76억6500만원에 되팔았다. 시세차익만 55억원이다.

매수자들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경찰과 서귀포시는 이들 대부분이 주말‧체험영농 예외조항을 이용해 농지를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주말‧체험영농은 토지를 여러 사람이 함께 취득할 수도 있다. 육지에서는 이를 악용해 11명이 함께 농지 1만㎡(3025평)를 사들여 지분을 나눈 후 건물을 짓는 사례도 있었다.

일반 농지의 경우 가짜 농부가 의심되면 항공권이나 농약, 비료 구입 영수증을 요구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만 주말‧체험영농은 사실상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서류상 문제가 없으면 증명서를 내준다. 농지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농지사용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모든 사례를 확인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주말‧체험영농의 경우 실제 농작을 하는 경우도 있어 일괄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제도적으로 제한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별도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는 2015년 7월부터 2020년 6월20일까지 5년간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발급된 도내 7만5888필지 1만328ha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내년 초에 나올 전망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 처분명령을 하고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처분 명령마저 지키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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