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지난 15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광역의회협의회 사전모임에서 "지방자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식을 통해 확보한 제도로 민주주의를 위해 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의 지방자치제는 박정희에 의해 말살됐고, 김대중에 의해 부활됐다.

이승만 정부는 1949년 지방자치법을 제정하고 1952년 지방의회 선거, 1956년 시ㆍ읍ㆍ면장 선거를 했으나 1958년 시ㆍ읍ㆍ면장 선거를 폐지했다. 이후 1960년 4ㆍ19혁명으로 들어선 민주당 정부는 지방자치제를 전면 실시해 1960년 12월 치러진 선거에서 최초의 민선 서울시장이 나왔다.

그러나 1961년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다시 지방자치제를 말살했다. 1972년 유신헌법에는 "이 헌법에 의한 지방의회는 조국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한다"는 조항까지 넣었다. 깨어있는 민초들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독재의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10월 8일 지방자치 전면실시를 요구하며 13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을 했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1995년 6월 27일 제 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숨과 바꾸고자 했던 지방자치제는 26년이 지난 지금 완전한 뿌리를 내렸다. 지방의원이나 단체장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도 당선됐다. '미스터 지방자치'라는 별명을 좋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천국에서나마 흐뭇해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를 통해 배출된 스타 정치인들도 많다. 요즘 대선지지도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성남시장 8년간의 업적을 바탕으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광명시장 출신의 양기대 의원도 시장 재임시절 버려진 폐광을 관광지로 개발해 '광명동굴의 기적'을 이뤄낸 인물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그의 경영능력을 극찬했을 정도다.

지방자치제가 민주주의의 교육장인 동시에 정치사관학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 의원과 단체장 출신 정치인들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단체장의 경우, 인사와 예산, 정책을 통해 성과를 내고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정책 시리즈', 양기대 전 광명시장의 '광명동굴' 등이 대표적이다.

두번째는 정치적 진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체장의 경우, 지역에 공고한 팬덤 지지층을 형성해 지역 국회의원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정책을 두고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어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지지자들이 시청 청사 앞마당에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계란던지기 퍼포먼스를 할 정도다.

세번째는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국정의 전 분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에서 쌓은 경험은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동하는 데 절대적인 힘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것은 한국 지방자치가 온전한 뿌리를 내린 것을 보여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그는 반쪽짜리 지방자치 정치인이다. 정치의 첫 입문이 국회였기 때문이다. 아직 온전한 의미에서의 지방자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선에 성공한다면 온전한 지방자치 정치인 출신의 첫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26년 지방지치의 역사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지 주목된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이제 '민주주의의 고속도로'가 되었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를 역임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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