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 사무실서 밥짓고 '밑천' PC방 도맡고…'동고동락' 아내 띄운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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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 사무실서 밥짓고 '밑천' PC방 도맡고…'동고동락' 아내 띄운 김범수
  • 한국뉴스연합 온라인팀
  • 승인 2021.03.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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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


 = "안녕하세요, 형미선·김범수입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16일 '세계 최고 부자들의 기부클럽'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재산 절반 이상 기부를 공식 서약하며 아내 형미선씨의 이름을 먼저 내세웠다.

부부 중심의 가족 문화가 강한 서양에서 아내의 이름을 기부 서약서에 함께 올리는 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한국인' 김 의장 부부의 경우는 보다 각별하다.

형씨는 김 의장이 1997년 삼성 SDS에 사표를 던지고 나와 온라인 게임 개발에 나설 때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함께 넘은 둘도 없는 조력자다. 형씨를 빼놓고 오늘의 김 의장을 떠올리기 어려운 이유다.

김 의장의 창업 도전 과정과 성공 스토리를 담은 저서 <어제를 버려라>에 따르면 김 의장은 서울대 대학원 시절 소개팅으로 대학 4학년이던 형씨를 만나 2년6개월 열애 끝에 1993년 2월 결혼했다.

안정적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7년 가을 김 의장은 창업을 위해 회사를 박차고 나오자마자 IMF를 정면으로 맞았다. 돈줄이 마르자 다이렉트 마케팅 회사를 다니던 아내를 투입, 아내가 사무실에서 밥을 해 직원들의 식사를 해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3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모든 직원이 동거동락했다고 한다.

카카오 이전 한게임을 성공시킨 1등 공신인 PC방 '미션넘버원'을 형씨가 전담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의장이 자금 마련 돌파구로 생각해낸 한양대 앞 국내 최대 규모의 PC방 미션넘버원은 입소문을 타고 대박을 터뜨리며 1998년 11월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설립의 '밑천'이 됐다.

프랜차이즈 사업 일환으로 만든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대가로 PC방에 한게임의 아이콘을 컴퓨터 초기 화면에 띄우는 조건을 제시한 것도 초기 한게임 성공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PC방 사업은 대성공이었지만 원래 목표였던 온라인 게임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김 의장은 형씨에게 PC방 사업을 맡긴다. 1999년 12월, 3개월 만에 100만 회원을 모은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신화 한게임 서비스가 시작된다.

10년 뒤인 2009년 돌연 안식년 카드를 꺼낸 김 의장의 설득에 순순히 응해준 것도 형씨다.

한게임과 넷마블이 합병하며 세워진 NHN을 나와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설립하고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던 김 의장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미국에 있던 형씨와 아이들에게 1년만 휴학하고 한국에서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놀자고 했다고 한다. 네 가족이 새벽 4시까지 PC방에서 게임을 했고, 제주도 올레길을 걸었다. 안식년에서 돌아온 김 의장은 2010년 초 카카오톡을 앱 마켓에 출시했다.

 

 

 

 

 

 

 

 

 

(왼쪽부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아내 설보미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날 기빙 플레지 220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린 김 의장은 "저와 제 아내는 오늘 이 서약을 통해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한다"며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또 다른 혁신가들의 여정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며 서약에 흔쾌히 동의하고 지지해준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부분 기부자와 달리 아내 분의 이름을 먼저 쓴 건 의미가 있다"며 "기부 서약에 이르기까지 대화와 설득의 대상자가 반려자인 형씨이고, 김 의장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형씨의 노력과 희생에 감사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도 지난달 기빙 플레지에 아내 설보미씨와 함께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김범수 의장은 김봉진 의장에 이어 이날 기빙 플레지에 가입한 우리나라 국적 두 번째 기업인이 됐다.

기빙 플레지는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 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 운동이다. 기빙 플레지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회원 간의 도덕적 약속과 세계인을 상대로 한 선언의 형태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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