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지난 24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대선 관련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오가며 비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승리를 이끌어 '선거의 제왕'으로 불리는 그의 발언이기 때문에 여론이 더 주목하는 듯 하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선과 관련해 "현재까지 나타난 상황으로 (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 쪽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야권에 대해서는 "이 지사와 맞설 야권 후보를 따지면 아직도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 없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누군가 나타날 것이고 외부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최재형 감사원장 같은 분이 자기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느냐에 따라 야권 후보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말 대로 여권의 대선 흐름은 이재명 지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경선 연기론 같은 당내의 반 이재명 움직임이 오히려 이 지사에게 득이 되고 있다.

우선 경선 연기론의 득실을 보면 이 지사쪽이 사실상 판정승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헌으로 정해진 룰을 바꾸려는 이낙연ㆍ정세균ㆍ이광재 등의 협공은 당내외 여론의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반 이재명 연대'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이 지사의 지지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사가 혹독한 검증을 거쳐 다져진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과 경기도지사 선거를 통해 말 그대로 발가벗겨질 정도로 검증을 받았다. 그는 민주당의 주류인 친문과 야당의 협공을 이겨내고 대선 후보의 길에 올라섰기 때문에 검증의 네거티브 효과가 상대적으로 잘 먹히지 않는 정치인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광역단체장이라는 점도 유리한 부분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개발 등 서울시정의 공을 발판으로 대권을 잡은 이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대권의 상수가 되었다. 서울시장 출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도지사로서 역량과 성과를 보인 그에게 지지가 쏠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속도ㆍ소통ㆍ생활정치에 기반한 그의 리더십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빠른 상황파악과 결정력으로 위기에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성남시장 시절 부터 체화된 소통능력과 생활밀착형 정치스타일도 주목받고 있다. 이제 여권의 대선 시계는 그의 편인듯 하다.

반면 야권의 사정은 복잡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가장 큰 적은 바로 그 자신이다. 그는 '임명권자를 배신했다'는 여권의 공격과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와 관련해서는 시중에 여러건의 'X파일'이 돌아다니고 있다. 검찰 재직 시절 비리의혹과 처가 관련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데, 이와 관련해 야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가 혹독한 검증의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 비판 여론의 거친 파고를 타고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준석 대표 취임 이후 달라진 국민의힘 내부의 분위기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그간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가뭄으로 고전을 해왔으나, 홍준표 의원의 복당과 유승민 전 의원의 상승세 등으로 자강론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오는 29일 정치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진 윤 전 총장은 한국정치 특유의 '배신 코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겪은 일을 그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그의 고민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지금 밖에 있는 분들은 국민의힘 내부에 아무 기반이 없다. 당원이 대통령 후보 뽑는 데 50%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있기 때문에 (당에) 뿌리를 가진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의 화살 뿐만 아니라 야권 내부의 화살도 피해야 한다. '독설의 정치'로 유명한 홍준표 의원은 복당 직후부터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권을 포기하지 않은 그에게 윤석열은 같은 검찰 출신 경쟁자일 뿐이다.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존재도 부담이다. 이미 꽃가마 타고 입성할 시기는 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층의 극렬한 반대도 걸림돌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야권 후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극렬 비토층의 존재는 그가 넘어야 할 또다른 산이다.

대권시계는 빠른게 돌아가고 있다. 검증 절차를 거의 거친 이재명의 시간과 이제 혹독한 검증대에 올라야 하는 윤석열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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