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1일 서울대를 찾았다. 서울대 총장이나 교수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다. 지난달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 이모씨(59ㆍ여)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이 지사는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다 눈물을 흘렸다. 면담에 배석한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이 지사가) 7년전에 여동생이 청소노동자였는 데 화장실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나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지사가 숨진 청소노동자 유족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필자의 가슴을 울렸다. 10여년전 암으로 숨진 여동생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여동생도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 중퇴 이후 식모살이와 공장 노동자 등 힘든 세월을 살다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살다 떠났다. 이 지사의 여동생이나, 필자의 여동생이나, 숨진 여성 노동자 모두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들을 '사람 대접'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들이 모인 서울대에서도 밑바닥 인생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차별당했다. 그래서 이 지사는 이 사건에 대해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온다"며 분노했던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영상 출마선언에서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의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억강부약의 정치로 '양극화의 정글'로 변한 대한민국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억강부약'은 '강한 이를 누르고 약한 이를 돕는다'는 뜻으로 중국 고전에서 비롯된 말이다. 중국 후한 때 원강(袁康)이 지은 월절서(越絶書)에 "구천은 강한 자들을 누르고 약한 이들을 도왔으며 악한 것을 없애고 선한 것에서 돌이키게 하였다(勾踐抑强扶弱 絶惡反之於善)"는 말이 나온다. 또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왕수전(王修傳)에도 "정사를 함에 강한 이를 누르고 약한 이를 도우며 상벌을 분명하게 하면 백성들이 칭송한다(爲治 抑彊扶弱 明賞罰 百姓稱之)"라는 글귀가 나온다. 두 고사 모두 정치의 올바른 방법이 '억강부약'임을 가르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외치고 '서민대중'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던 것도 억강부약의 정치를 말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특권없는 사회'를 주장한 것 역시 억강부약의 정치에 다름 아니다.

이제 이재명 지사의 억강부약의 정치에 우리 사회의 많은 약자들이 희망을 걸고 있다.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청소노동자나, 평생 청소노동자로 살다 죽은 이 지사의 여동생이나, 식모살이와 공장노동자로 청춘을 보내고 죽은 필자의 여동생과 같은 힘없는 약자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대동세상을 이 지사의 억강부약의 정치가 열어주길 바란다. "정치란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이 이 지사의 억강부약의 정치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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