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최근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사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대선 예비후보들이 공세를 펴고, 더불어민주당 일부 후보들이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 문제가 논란이 되는 풍토는 책임정치의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재명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가장 열심히 주장한 것은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이다. 지난 1일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한 그는 이재명 지사의 사퇴를 거론하며 공격하고 있다. 자신의 지사직 조기 사퇴의 정당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여권 1위 후보를 공격해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여기에 야권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 지사가 '지사 찬스'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권 일각에서 촉발된 논란은 여당으로 옮겨붙었다. 사사건건 이 지사와 각을 세우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TBS 라디오에서 "분명한 것은 도정을 뛰어넘는 개인 홍보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이재명 지사측 캠프를 두고) 흔히 도청캠프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다"며 지사직 사퇴를 거론했다.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도 지난 6일 이 지사의 지사직 사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혀 논란을 확산시켰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경선 완수와 도지사직 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차라리 도지사직을 지키겠다"며 지사직 사퇴론을 일축했다. 김두관 예비후보도 "김두관의 (경남지사직) 사퇴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이재명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박용진 예비후보도 "법적으로, 당내 규정에 문제가 아니면 선출직의 사퇴 여부는 경쟁자들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기지사직이 문제라면 국회의원직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지사직 사퇴 논란은 몇가지 측면에서 부적절한 정치공세로 볼 수 있다.

우선 야당 후보들이 제기한 문제를 여당 후보들이 다시 제기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모양새인지 의문이다. 헌법기관의 수장을 중도사퇴하고 출마한 야당 후보들에 대한 비판에 더 집중하는 것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바람이 아닐까?

둘째, 선출직의 사퇴는 법에 따라 대선 90일 전까지 이뤄지면 되는 것이지 경쟁 상대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규정을 만든 것은 선출직 공직자의 책임과 국정의 안정을 위한 뜻이 담긴 것이다.

셋째,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특히 경기도민의 판단이 중요하다. 현 국면은 코로나19가 가장 엄중한 국면이다. 이런 시국에 1380만명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재명 지사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공세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제주도에서도 원희룡 지사의 조기 사퇴를 비난하는 도민들이 많다. 리얼미터가 지난 6일 발표한 '7월 광역단체장 평가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는 4개월 연속 직무수행 평가 1위를 차지했다. 엄중한 재난상황에서 경기도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도지사를 사퇴시키려는 의도는 불순하다. 아직 경기도민은 이 지사가 필요하다.

넷째, '지사 찬스' 논란도 부적절하다. 이 지사는 관련 법과 규정을 준수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방 순회시 휴가를 내고 짧은 일정에 바쁘게 돌아다니는 후보로 알려져 있다. 그가 관련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다. 반대 진영은 위법 사항이 있을 때 응분의 조치를 하면 될 것이다.

선출직의 사퇴 문제는 관련 법과 본인의 선택에 따라 이뤄지는 자율적 영역이다. 이 문제를 두고 대선판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국민을 짜증나게 할 뿐이다. 국민은 여야 대선 후보들이 어떤 미래 구상과 정책비전을 갖고 있는 지 보고 싶을 뿐이다. 더이상 이재명 지사의 지사직 사퇴 문제로 논란을 벌이지 않기 바란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2021 미스월드ㆍ유니버스코리아조직위원회 국제조직위원장,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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