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국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해괴한 일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후보와 당 대표가 대화를 녹취하고 언론에 공개하며 갈등을 벌이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지난 17일 "이준석 대표가 '윤 전 총장이 금방 정리된다'고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며 "특정 후보가 '정리된다'는 말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말이 아니라 후보로서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밤 녹취록을 공개하며 '저거'라는 것이 갈등 상황을 뜻한다고 밝혔으나, 원 전 지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녹취록 원본 전체를 공개하라고 맞서고 있다.

이 대표의 녹취는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 12일에도 윤석열 전 총장과의 전화통화를 녹취해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의 중심축은 윤석열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대립관계에 있다. 당내 선두주자와 대표간 갈등에 홍준표ㆍ유승민ㆍ원희룡ㆍ하태경 등 다른 주자들이 끼어들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갈등과 혼란으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네거티브 공방에 따른 반사이익을 취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로써 지난 18일로 예정됐던 대선 주자 경선 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야심차게 출발하려던 '경선 버스'는 출발도 하기 전에 타이어에 펑크가 난 셈이다.

윤석열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두 사람의 갈등은 정치적 목표가 다른 데 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어야 하는 반면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얼마전에는 윤 전 총장을 비토하고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과거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비토 동영상'과 '정리 발언'은 '윤석열 반대'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 윤 전 총장측 생각이다.

둘째, 두 사람은 정치적 '케미'가 맞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은 수십년간 검사생활을 통해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가 몸에 밴 반면 이 대표는 청년 정치인 답게 리버럴하다. 이 대표 입장에서 윤 전 총장은 '꼰대 초보 정치인'일 뿐이다.

셋째, 토론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윤 전 총장은 토론 보다 지시형 대화에 익숙한 반면 '달변가이자 다변가'인 이 대표는 토론을 좋아하고 즐기는 스타일이다. 경선 초반 토론회에 대한 두 사람의 갈등은 이같은 토론 스타일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넷째, 지지층의 차이도 갈등의 요인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후 우클릭한 반면 이 대표의 지지층은 중도와 온건 보수이다. 지지층의 차이가 메시지의 차별화와 갈등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다.

윤석열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은 단기적으로 봉합과정을 거치더라도 경선 과정에서 계속 불거질 수 있다. 이는 야권 통합 무산과 함께 국민의힘 대선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당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국민의힘이) 한방에 훅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의 원로인 김종인ㆍ김병준 전 대표도 당내 갈등 상황의 조기 정리를 주문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라는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분열은 시작됐다. 대선주자와 당 대표의 갈등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대선과 대선 이후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은 국민의힘에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2021 미스월드ㆍ유니버스코리아조직위원회 국제조직위원장,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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