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주말 대전ㆍ충남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10일까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가 이어진다. 민주정부 4기 창출에 성공하느냐가 달린 중대한 정치적 선택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역시 호남이다.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자 기둥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밀어 수평적 정권교체와 민주정부를 수립한 것은 호남의 열망과 지지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정치적인 세가 없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힘도 호남의 돌풍이 그 원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에 성공했다.

호남의 지지는 민주당 경선 승패의 핵이다. 우선 권리당원 숫자가 많다. 전체 민주당 권리당원 80만여명 가운데 40%인 33만여명이 호남에 몰려 있다. 또한 응집력이 강해 다른 지역 보다 영향력이 크다. 호남 표심이 수도권 호남 출신 유권자들과 연동되는 것도 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호남이 갖고 있는 상징성은 민주진영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나라 민주정부의 역사를 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깃든 곳이다.

이 때문에 호남에서 민주당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를 추격하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표심잡기가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후보들이 김대중 생가 등 상징적인 지역들을 방문하는 것은 물론 부인들도 호남 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씨는 지난 7월 14일 전남 목포에 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장인상 빈소에 들러 조문한 것을 포함해 최근까지 5차례나 호남 각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전 대표 부인 김숙희씨도 호남을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

지금까지 호남은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1, 2위를 다투고 있으나, 압도적인 표쏠림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상당수 표심이 아직 관망 중이라는 뜻이다.

호남의 표심은 '인연'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오로지 당선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이다. 과거 영남 후보인 노무현ㆍ문재인을 선택한 것도, 지금 영남 출신 이재명 지사가 선두를 달리는 것도, 당선 가능성을 본 것이다.

호남에서 또하나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력과 헌신성이다. 5.18의 아픔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성지가 된 호남의 자부심이자 부채의식이 반영된 표심이다. 과거 호남에서 선두를 달리던 이낙연 전 대표가 뒤로 밀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박근혜 사면론' 때문이다.

김대중 정신의 승계 문제도 중요하다. 호남인에게 김대중은 그저 한분의 전직 대통령이 아니다. 자부심과 회한의 상징이다. 그런 김대중의 정신과 정책을 누가 가장 잘 계승할 것인지가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이재명 지사가 호남 표심을 받기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남시장 시절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가장 먼저 외치고, 촛불시위 내내 앞장서 행동한 점이 '박근혜 사면론'을 주장한 이낙연 전 대표와 대비될 수밖에 없다.

이제 다시 호남이 나서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누가 민주정부 4기를 만들어낼 적임자인지, 누가 5.18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인지, 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과 정책을 계승하는 인물인지를 선택기준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아야 한다. 패배하지 않는, 그리고 결코 패배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호남은 패배의 길을 가지 않는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2021 미스월드ㆍ유니버스 국제조직위원장,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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