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정치인은 시련 속에서 크고 단단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리고 대중과 함께 시련을 극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팬덤(fandom-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문화현상)이 형성된다. 시련이 클수록 폭풍이 더욱 거세게 몰아칠수록 팬덤은 강하게 결속한다.

한국 정치에서 최초로 정치 팬덤을 가진 정치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는 박정희 정권의 탄압 속에서 민주세력과 호남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고, 이는 팬덤으로 연결됐다. 1971년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장충단공원 유세에 100만 시민을 끌어모으는 대중동원의 힘을 보여줘 독재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덤도 나타났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유세현장에 몰려다니며 '노풍(盧風)'을 몰고왔다. 대통령 취임 후 탄핵을 거치면서 노 전 대통령의 팬덤은 더욱 크고 견고해졌다. 이른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팬덤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팬덤에 뿌리를 두고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

'대장동 사건'이 대선 정국을 강타하면서 이재명 지사의 지지층이 팬덤화하고 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경선캠프 등으로 연결된 전방위 공세 속에서 지지층이 결속하고 견고해지는 것이다. '대깨문'에서 '대깨명(대가리가 깨져도 이재명)'으로 변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이 지사의 지지도에 반영되고 있다. 언론과 야당이 온갖 의혹을 제기하고 이낙연 캠프가 이를 경선 이슈로 만들어 공격해도 지지도가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과 개혁진영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자신들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 지지층내 지지도가 압도적이다. 캐이스탯리서치가 경향신문 의뢰로 지난 3~4일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 대상ㆍ표본오차 95%)에 따르면 이 지사는 31.1%를 얻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19.6%),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14.1%),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10.1%)를 크게 앞질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 지사가 63.6%로 이낙연 전 대표(26.6%)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제주 지역경선 이후 득표율도 50%대 중후반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서울과 경기도 등 남은 경선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김어준 방송인 등 범여권 주요 인사들의 지원 사격도 지지층 결속에 도움이 되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6일 "곽상도 의원 등 화천대유 게이트에 연루된 핵심 관계자는 모두가 하나같이 국민의힘 관련 전ㆍ현직 인사"라며 "나도 인천시 행정을 해본 사람으로서 성남시 행정이 돋보일 점은 대장동 사업과 10km 떨어진 제1공단을 엮어 하나의 연결사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최근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을 비판하며 이 지사에게 힘을 실었다.

이재명 지사가 현 정국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야권과 민주당 일각의 '이재명 죽이기'는 '이재명 키우기'의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이 지사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때릴 수록 더욱 뭉치는 정치 팬덤의 속성상 지지층의 응집력만 키울 뿐이다. 얼마전 히말라야 정상에서 전해진 이재명 지사 응원 메시지가 팬덤의 상징 처럼 보인다. 이 지사와 그의 팬덤이 한국 정치의 개혁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2021 미스월드ㆍ유니버스 국제조직위원장,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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