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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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노동자 출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이 지사는 누적득표율 50.29%(71만9905표)로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겨 경선에서 승리했다. 역대 한국 대선 후보 중 가장 변방의 비주류인 그에게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4기 민주정부 창출의 임무를 맡겼다.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은 몇가지 측면에서 민주개혁진영의 대선 역사에 길이 남을 대사건이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변방, 비주류의 승리라는 것이다. 이 지사는 정치권 입문 이후 철저히 비주류의 과정을 지나온 인물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격렬하게 경선을 치르면서 줄곧 친문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친문 강경파들의 비토 대상이었던 그가 후보가 된 것은 친문과 비문을 넘어 정권 재창출과 개혁 완수가 더 중요하다는 민주당 지지층의 전략적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사회적 약자의 승리라는 점이다. 그는 어린시절 가난으로 정규 교육과정을 받지 못한 채 소년 노동자로 일했고, 프레스기계에 팔을 다친 장애인 출신이다.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대통령도 넉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규 교육과정을 밟았다. 그가 살아온 삶 자체가 인간 승리인 것이다. '억강부약 대동세상(抑强扶弱 大同世上)'의 정치철학도 이같은 그의 삶에서 우러나온 신념이다.

셋째, 여의도 정치권 밖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는 성남시장 재선과 경기도지사 3년 6개월 등 정치권 입문 후 줄곧 일선 행정가의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민생에 대한 그의 신념이나 여의도 정치에 대한 그의 개혁 의지는 일선 행정가를 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은 '이재명식 정치개혁'을 통해서만 진정한 정치개혁이 가능하다는 것이 개혁진영의 공통된 인식이다.

넷째, 실용주의 정치의 승리이다. 이 지사는 실용주의적 개혁주의자이다. 그는 '586 정치인들'과 달리 운동권 출신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지향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닮았다. 그는 개혁과 민생을 위해 어떤 정책이든 좋은 정책이 있으면 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공약 이행율 95%는 실용주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다섯째, 이 지사의 정치는 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보여준 구체적인 행정 성과가 그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든 핵심 요인이다.

이제 이 지사는 민주정부 4기 창출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에게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새롭게 보여주어야 할 리더십과 과제가 있다.

우선 그는 당과 지지층을 한데 묶어 원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을 끌어안고 대선을 승리해야 하는 과제가 그에게 주어졌다. 이와 함께 2위를 한 이낙연 후보 진영도 민주정부 4기 창출을 위해 흔쾌히 협력해야 한다. 이 지사가 50.29%를 얻었지만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를 비판하고 개혁을 내세운 추미애 후보가 득표한 9.01%는 결국 이 지사 지지층과 한몸인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59.3%가 개혁을 지지했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빠른 시일 안에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만남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친문(親文)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1987년 직선제 이후 한국 대선 역사에서 현직 대통령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형성했던 여당 후보인 노태우ㆍ노무현 등은 집권에 성공했으나, 현직 대통령과 갈등하고 불편한 관계였던 이회창ㆍ정동영은 결국 좌절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직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게하는 힘은 없어도 않되게 하는 힘은 있다'는 말이 있다. 임기말까지 40%의 지지도를 유지하는 문 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개혁과 민생의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미진했던 개혁을 완수하고, 부동산ㆍ경제ㆍ복지 등 민생을 성공시켜야 한다. 해방이후 어느 지도자도 해내지 못한 부동산 토건족의 해체와 토지 공개념, 국민의 보편적 주거권을 실현해야 한다. 국가는 선진국인데 국민은 후진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모두 기득권 부패카트텔 때문이다. 보수언론이 이재명 지사를 극렬하게 공격하는 것도 부패와 특권의 카르텔이 깨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넷째,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옥죄는 친미 일변도 대외정책을 과감히 청산하고 한반도 평화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분단의 땅이었던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고민하고 추진했던 정책들을 대한민국과 한반도 차원에서 힘있게 추진해야 한다.

이제 이재명 지사는 민주개혁진영의 대통령 후보로서 필승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에게 돌팔매를 던지는 세력은 기득권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역사의 승리를 믿고, 개혁진영의 소망을 가슴에 새기고 당당하게 승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주어진 '운명(運命)'이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2021 미스월드ㆍ유니버스 국제조직위원장,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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